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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0-09 조회수 : 738

“명연아! 인제 그만 놀고 밥 먹어라.” 옛날 아주 어렸을 때, 어머니의 이 목소리를 들으면 집으로 뛰어 들어가야 했습니다. 사실 다른 어머니들도 식사 때가 되면 이름을 부르셨습니다.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이 부름에 하나둘 빠져나가면 당연히 함께 놀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 이름이 호명되면 우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이 기억이 아직 제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많은 이가 이 세상 안에서 더 오랜 시간 머물고 싶어 하지요. 그러나 하느님께서 우리를 부르실 때는 반드시 옵니다. 나만 부르는 것이라면 이 부르심을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부르심이 주어집니다. 바로 ‘죽음’의 순간입니다. 

어머니께서 불러서 놀이는 끝이 났지만, 집에서 밥먹고 또 나름의 놀이 시간을 갖습니다. 이처럼 죽음으로 이 세상의 모든 일은 끝나지만, 하늘 나라에서 새로운 일이 주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죽음이 아쉽고 서운한 마음을 가져다주지만, 분명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도 품게 됩니다. 

“인제 그만 놀고 하늘 나라에 와라.”라는 주님의 부르심이 언제 주어질까요? 그날과 그때를 모르기에 우리는 매 순간 준비해야 합니다.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서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이 행복 선언이 옳음을 부인하지 않으시고 여기에 덧붙여 말씀하십니다. 성모님께서 복되신 것은 예수님을 잉태하셨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분의 말씀을 믿으셨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이 믿음을 통해 하늘 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완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라고 하셨던 것입니다. 

그 마지막 부르심의 순간이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아닐까요? 제1독서의 요엘 예언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낫을 대어라. 수확 철이 무르익었다.”(요엘 4,13)

아직도 멀었다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것을 계속해서 뒤로 미루다가는 커다란 후회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켜야 할까요? 

‘먼 훗날’이 아닌, ‘바로 지금’입니다. ‘여유가 되면’이 아닌, ‘바로 지금’입니다. ‘많은 것을 받은 다음’이 아닌, 많은 것이 부족해도 ‘바로 지금’입니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으면서 지금의 삶 안에서 하느님과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참 행복에 가까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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