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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23 조회수 : 771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외부 식당에 가는 것이 꺼려집니다. 그래서 신부 모임이 있으면 사제관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몇 가지 요리를 직접 해서 함께 먹곤 합니다. 

얼마 전에도 신부 몇 명이 갑곶성지를 찾아왔고, 이 신부들을 위해 양고기 요리를 했습니다. 신부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았고, 너무 맛있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맛있는 양고기를 어디에서 샀어?”

좋은 양고기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굽기 전에 미리 해놓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핏물을 제거하고 고기 손질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올리브기름과 소금 그리고 마늘 다진 것을 올려놓아 밑간한 뒤에 랩에 싸서 냉장고에 5시간 정도 숙성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 뒤에 만족도 높은 양고기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됩니다. 

신부들은 이런 전 단계가 있는지를 전혀 모릅니다. 단순히 고기 상태만으로 이런 양고기 요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전 단계 없이는 만족도를 높일 수도 없고 맛을 제대로 낼 수도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면서 결과만을 말하는 우리의 모습을 삶 안에서 종종 발견합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해 지금을 잘 사는 것이 아닐까요? 

헤로데 영주가 몹시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죽은 요한이 되살아났다는 소문이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는 헤로디아의 춤 값으로 아무런 죄가 없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내어 준 커다란 죄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그가 이렇게 했던 이유는 눈에 보이는 체면 때문이었습니다. 체면 때문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헤로디아가 춤추는 것을 보고서 사람들 앞에서 어떤 소원이든 다 들어주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헤로디아는 요한의 머리를 요구했고, 자신의 체면 때문에 그 소원을 들어주었던 것이지요. 눈에 보이는 많은 사람 앞에서 했던 약속을 스스로 철회할 수가 없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유한한 사람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 커다란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체면은 그 순간에 손상된 것처럼 느낄 수 있지만, 하느님과의 관계가 손상된다면 다시 이를 회복하기란 너무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의 것을 바라보며 사는 삶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것을 바라보며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당황하며 두려워하는 헤로데 영주의 삶이 아닌, 참 기쁨과 행복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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