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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09-12 조회수 : 769

종이 한 장 차이인 천사와 사탄 차이
 
 
나름 수제자였던 베드로 사도께서 공개석상에서 스승님으로부터
큰 모욕과 수치를 당하는 상황은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제자로서 자부심이나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던 베드로 사도였습니다.
그도 한 인간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수제자로서의 우쭐함, 기고만장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님은 참으로 묘하신 분!
기를 쓰고 높이 올라가고자 발버둥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보란듯이 깊은 바닥 체험을 경험하게 하십니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이런 사람이야!’하는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치욕적인 곤두박질을 체험하게 하십니다.
 
오늘따라 예수님의 참 교육은 그 강도가 아주 강렬했습니다.
애지중지하는 사랑하는 제자들, 그 제자들 가운데서도 으뜸 제자인 수제자 베드로 사도를 향해, 주님께서는
꽤나 지나친 용어를 사용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르코 복음 8잘 33절)
 
주님께서 수제자 베드로에게 그런 극단적 용어까지 사용하시면서 경고를 주시는 이유는 단 한 가지,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도 이 세상 살아가면서 종종 베드로 사도의 ‘사탄 전락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인간이라는 것이 흔들리는 갈대 같은 존재여서 그렇습니다.
 
어제 그리도 굳건히 서 있었는데, 오늘 속절없이 무너져버립니다.
어제 살아있는 천사가 따로 없었는데, 오늘은 영락없는 마귀로 둔갑해있습니다.
어제 구름위에 떠있는 것 같았는데, 오늘 제대로 된 바닥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솔직히 존경하는 스승님으로부터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소리, 결코 듣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우리 베드로! 최고야, 에이스야, 넘버원이야!‘ 라는 소리 간절히 듣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간절한 열망과는 달리 스승님으로부터 들려온 소리는 사탄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종에서 사탄으로 전락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우리에게서 하느님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서 하느님의 일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직 인간의 생각, 인간의 일만 남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서 영적인 일,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관한 일, 더 큰 가치, 공동선을 위한 일이 모두 빠져나가고
그저 삼시세끼 먹고 즐기는 일만 남게 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탄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교회 밖의 현실과 철저히 단절된 상태로, 자기 한몸 챙기기에 빠쁘게 될 때, 우리 역시 사탄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우리 교회 봉사자들이 본래 종의 모습을 망각하고 사심으로 가득한 형국으로, ‘내가 원장이야, 내가 시설장이야’라고 외칠 때, 우리는 영락없는 사탄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 예수님은 온데 간데 없고 내 얼굴만, 내 이름만, 내 명함만 크게 드러날 때, 우리는 또 다른 사탄이 되는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 새포도주이신 주님의 가치관과 인생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한 노력, 새 시대에 적응하려는 노력, 유연성과 탄력성을 거부한 채, 경직되고 고착화된 사고방식을 고수하려는 모습, 어쩌면 이 시대 또 다른 사탄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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