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일
모든 이가 하나 되게 하는 식탁
[말씀]
■ 제1독서(2열왕 4,42-44)
구약의 이스라엘 전승 속에는 몇몇 하느님의 사람들이 보여준 기적적인 사건들이 담겨 있었으며, 이 사건들은 대개 구전(口傳)의 형태로 전해져 왔고, 오늘 독서에서 우리는 그 한 예를 만난다. 북이스라엘이 강대국의 손아귀에서 착취의 수모를 겪어야 했던 기원전 8세기에는 기근까지 겹쳐 백성의 삶은 힘들기만 했으나, 예언자 엘리사는 하느님의 사람답게 앞날에 대한 걱정을 떨치고서 가지고 있던 얼마 안 되는 식량을 나누어 모든 이와 함께 풍족을 누리는 기적을 체험한다.
■ 제2독서(에페 4,1-6)
죽음의 상징으로 이해되었던 옥중 생활 가운데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께서 수난과 죽음을 눈앞에 두시고 제자들에게 던지셨던 호소, 사랑 실천을 통한 일치를 내용으로 하는 호소를 에페소 공동체에 되풀이한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고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시니”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언제나 하나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신 목적이며, 우리가 그분의 사람들임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복음(요한 6,1-15)
요한복음서의 중심에 해당하는 오늘 복음의 빵의 기적 이야기는 예수님의 생애에서 전환점을 이루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 사건으로 예수 그리스도 사명의 진의가 밝혀지며, 이 사건을 기점으로 그분의 말씀에 온전히 신뢰하는 자들과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으로 단정하는 자들이 갈라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복음저자 요한은 다른 공관 복음저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을 전하면서 빵의 나눔은 사랑이 다스리는 나라에 대한 예고임과 아울러 메시아적 잔치 곧 미사성제에 대한 예표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새김]
■ 오늘 말씀 속에서 우리는 두 가지 빵의 기적 이야기를 접한다(제1독서와 복음). 중요성에서 두 가지 사건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공통된 내용으로 주님은 매사에 인간의 협조 내지 동참을 요구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엘리사와 어린아이는 각자 자기에게 꼭 필요했던 음식을 내놓는 결단을 보이며, 복음서의 경우 제자들의 역할 또한 막중하다. 일방적인 증여 형태의 베풂이 아니라 인간이 끼어들 공간을 마련해 주시는 주님의 모습 속에서, 그분의 안배와 놀라운 교육방법을 확인한다.
■ 그러나 복음 속의 빵의 기적 이야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제자들은 군중들이 먹고 남긴 음식을 빠짐없이 거둬들여야 했으며, 이렇게 거둬들인 열두 광주리 하나씩을 분배받아 이제는 자신들이 영적으로 배고파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하는 사명 앞에 선다. 더욱이 이 이야기가 메시아적 잔치로서의 미사성제를 예시하고 있다면, 제자들의 사명은 고스란히 우리 모두의 사명이 된다. 사도 바오로의 가르침을 따라, 사랑과 일치를 위해 더욱 열심히 미사에 참여하고 나눔으로써 이를 실천하는 참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삶을 다짐하고 자랑하자.
교우 여러분, 미사성제의 진정한 가치는 나눔 실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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