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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7-13 조회수 : 2151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개인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신상 명세서를 쓰게 했었습니다.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종이를 나눠주며 빈칸을 채우게 하셨지요. 여러 가지 항목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난감했던 항목은 ‘취미’였습니다. 즐기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도 별다른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쓰는 것을 슬쩍 보고는 저도 그것을 그대로 썼습니다. 바로 ‘독서’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책을 읽겠다는 다짐을 하고 말이지요.

지금은 취미로 무엇을 쓸까요? 참으로 다양한 취미가 있습니다. 그만큼 즐길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저 역시 그때가 그립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았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 힘듦이 그리움이 되고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것이 무조건 나쁘지 않았습니다. 또 힘든 것 역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었습니다. 후회할 때를 보면 어렵고 힘든 것도 아니었고 또 나의 부족함도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을 때, 그때 후회가 몰려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코라진, 벳사이다, 카파르나움 세 도시에 대한 저주 말씀을 하십니다. 심판 날에 티로와 시돈이 이 도시들보다 구원의 길이 열려 있음을 이야기하시고, 소돔보다도 더 큰 벌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이 도시의 사람들이 모두 악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일까요?

이 세 도시는 당시에 상업적으로 크게 발전한 도시였기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많은 사람이 있기에, 주님의 핵심 말씀인 이웃 사랑을 실천할 기회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부를 모아준다는 이방의 신을 섬겼고, 자신을 희생하기보다는 남을 희생시키는 것에 몰두했습니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고 있으므로 주님으로부터 따끔한 충고의 말씀을 듣게 된 것입니다. 이제 너희 본래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즉, 하루빨리 사랑을 실천하라고 하십니다.

지금의 나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요? 해야 할 것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면서 주님으로부터 멀어져서는 안 됩니다.

책임 있는 삶

만 20세가 되면 무조건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법적으로는 어른이 맞습니다. 그런데 20세가 훨씬 넘었음에도 어른 같지 않은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직업을 갖고 있으며 돈을 번다고 무조건 어른이 아닙니다. 어른답지 않게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만 20세가 넘고, 주어진 일이 있어도 어른 같지 못하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는 ‘책임감’이 없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지지 않고 도망치려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어느 책에서 ‘책임감’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책임감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은 참고 하는 것.
하고 싶지 않은 일 중에 안 해도 될 일은 하지 않는 것.
하고 싶지 않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일은 거절하는 데 용기 내는 것.
하고 싶지만 두려운 일은 해보는 것.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일은 포기하는 것.
해야 했지만 하지 못한 일에 따른 결과는 책임지는 것.
(김신회, ‘가벼운 책임’ 중에서)

우리는 얼마나 어른답게 책임지며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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