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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5월 27일 _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5-27 조회수 : 3023

그분은 기꺼이 그러셨다 

 

잠자코 있으라고 꾸짖는

많은 이들의 모진 소리에 묻힌

눈먼 거지의 외로운 울부짖음을

그분은 기꺼이 들으셨다 

 

제 살길 찾기에 혈안이 된

많은 이들의 차가운 눈길이 비껴간

눈먼 거지의 볼품없는 몰골을

그분은 기꺼이 보셨다 

 

곁을 살필 따스함을 잃은

많은 이들의 매정한 발걸음 뒤로

점점 멀어지는 눈먼 거지를 만나러

그분은 기꺼이 멈추셨다 

 

혹여나 귀찮게 엮일까

많은 이들이 스치듯 지나가는

그저 짐처럼 느껴지는 눈먼 거지를

그분은 기꺼이 부르셨다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일뿐이라는

많은 이들의 거친 틈바구니에서

더불어함께 살 수 없던 눈먼 거지와

그분은 기꺼이 우리가 되셨다


(상지종 베르나르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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