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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9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2-19 조회수 : 2720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으십시오. 주 하느님께로 돌아오십시오!


불충실한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진노는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전쟁이나 대학살, 계속되는 가뭄과 그로 인한 대기근 등등. 재앙 중에 특별한 재앙이 한 가지 있었는데, 엄청난 메뚜기떼의 급습이었습니다. 그들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남아나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요엘 예언자의 경고입니다.


“셀 수 없이 많고 힘센 족속이 내 땅을 쳐 올라왔다. 그들의 이빨은 사자 이빨 같고 암사자의 엄니 같다. 그들이 내 포도나무를 망쳐 놓고 내 무화과나무를 쪼개어 껍질을 벗기고 내던져 버리니 가지들이 하얗게 드러났다.(요엘서 1장 6~7절)


요엘 예언자도 참 못할 일이었을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에게서 달콤한 하느님 위로의 말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격려나 칭찬, 해방의 기쁜 소식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입에서 흘러 나온 말은 섬뜩하기 그지 없는 메시지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악에 대한 신랄한 고발과 강력한 경고, 공포로 가득한 멸망의 예고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가슴을 쥐어 뜯으면서 울부짖으라고 외쳤습니다.


“사제들아, 자루옷을 두르고 슬피 울어라. 제단의 봉사자들아, 울부짖어라. 내 하느님의 봉사자들아, 와서 자루옷을 두르고 밤을 새워라. 너희 하느님의 집에 곡식 제물과 제주가 떨어졌다.”(요엘서 1장 13절)


다행스럽게도 요엘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계속해서 코너로 몰아넣지만은 않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있는 회개와 참된 단식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가 베풀어질 것임을 선포합니다.


“이제라도 너희는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에게 돌아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 이다.”(요엘서 2장 12~13절)


요엘 예언자는 이스라엘에게 닥친 대재앙, 그로 인한 시련의 원인이 바로 자신의 죄와 부족함이라는 것을 인식하라고 가르칩니다. 또한 옷만 찢지 말고 마음을 찢으라고 강조합니다.


형식적이고 외적인 회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내적 회개를 촉구합니다. 또한 요엘은 특정한 한 사람이나 집단의 회개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모두의 범국민적, 범국가적 회개를 요청했습니다.


또 다시 재의 수요일입니다. 재를 머리에 얹으며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는 영원하신 하느님 앞에, 너나 할 것 없이 손톱만한 도토리들입니다. 티격태격, 아옹다옹하면서 ‘내가 더 높네. 내가 더 크네. 내가 더 대단하네.’ 외치지만, 하느님 눈에는 모두가 그놈이 그놈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잠시 떠다니다가 하느님 자비의 품을 향해 사라질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광대무변하시고 영원하신 주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하신 주님 앞에 우리는, 너무나 작고 미약한 존재라는 진리를 잊지않고 살아간다면, 우리 공동체의 삶이 한결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내가 선배인데, 내가 연장자인데, 내가 원장인데, 내가 회장인데, 하며 어깨에 힘줄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나 인간 존재의 영원한 결핍성과 티끌보다 작음을 잊지 않는다면,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조금은 부드러워 질 것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이웃을 향한 측은지심이요, 진한 동지의식일 것입니다.


크신 주님의 바람에 우리를 내맡겨야겠습니다. 주님께서 한 줄기 작은 연기같은 우리를 당신 크신 사랑과 자비의 바람에 합류시켜 주실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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