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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일 _ [복음단상] 최규화 요한 세례자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3-03 조회수 : 306

‘주님’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주님께서는 마음속에 있는 것을 말하게 된다고 하시는데 요즘 나는 무엇을 말하고 있고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하는 것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저는 ‘주님’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가 아니라 ‘주님’을 말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신학교에서 5년째 신학생들의 영성생활을 돕고 있는데, 신학생들의 기도생활을 이끌어가시는 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면서도 주님을 신뢰하고 주님을 바라보도록 안내하기보다는 제가 직접 신학생들의 기도생활을 이끌어가려는 어리석음을 아직도 저지르곤 합니다. 잘 알면서도 고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제자들이란 눈이 멀어 있으면서도 눈먼 이를 인도하려 하고,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면서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주려는 사람인 것이지요. 이것이 진리이신 예수님께서 바라보시는 제자들의 비참한 진실인 것이지요. 

 눈멀고 눈 속에 들보를 가지고 있어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아주 중요한 말씀을 하십니다.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스승처럼 될 것이다.” 예수님은 눈멀고 눈 속에 들보를 가지고 있는 제자들에게 당신처럼 될 수 있다고 희망을 주시면서 격려하고 초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되는 것은 예수님께 다 배우고 나면 되는 것이지요. 무엇을 배우는 것일까요? ‘예수님’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예수님의 사랑이 우리 안에 가득할 때 우리는 눈이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눈먼 이를 인도하고 눈에 들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형제들에게 봉사하는데 우리가 눈이 멀었다는 사실이, 우리 눈 속에 들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우리 안에서 큰 힘을 발휘하면서 우리를 주저앉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의 이러한 비참한 상황이 바로 주님께서 우리에게 관심과 사랑을 쏟으시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바로 그 지점이라는 것을 깨닫고 주님과 보다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이 상황을 우리도 귀하게 여기게 될 것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먼저 우리의 불행한 처지에서 당신의 사랑을 확인하고 당신의 사랑 안에서 형제들에게 봉사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우리도 바오로 사도처럼 우리 안에 가득한 ‘주님’을 말하면 좋겠습니다.


글. 최규화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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