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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6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26 조회수 : 286

예전에 교구청에서 근무할 때가 생각납니다. 연말 성탄을 앞두고 교구청에 근무하는 모든 신부와 직원들이 모여 마니또를 했습니다. 대림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마니또를 뽑아서, 이 마니또를 위해 기도해주고 또 성탄 전날 자그마한 선물을 주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의 마니또는 평소에 존경했던 분이었습니다. 이분을 뽑았다는 사실이 기뻤고, 대림시기 내내 이분을 기억하며 기도한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니또 발표 전날, 마니또 선물을 사러 동료 신부와 함께 거리로 나갔는데 지나가는 길들이 모두 아름답게 보이는 것입니다. 거리에 들리는 캐럴도 너무나 듣기 좋았습니다. 이런 심정을 옆의 신부에게 말했더니 이런 말을 합니다. 

“기분이 좋은가 보다.”

마법에 걸린 듯 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을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이 길은 모두 좋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입니다.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입니다. 입으로는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지금의 내 주위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통해 정말로 그런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내 주위가 멋지고 아름답다고 느껴지면 그만큼 주님을 내 안에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어쩌면 그만큼 주님께 대한 사랑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 멋진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길, 모든 것이 분명히 좋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주님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세상 안에서의 높은 지위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을 따름으로 인해서 고통과 시련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을 따름으로 인해서 박해라는 시련도 겪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우리들은 세상의 부와 명예에 늘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긴 예수님과 동고동락을 했던 제자들도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를 두고서 서로 논쟁을 합니다. 주님께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주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이 세상 안에서 고통과 시련도 거뜬하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자신을 낮추라고 명령하십니다. 부모에게 철저하게 의지하는 어린아이처럼, 하느님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기고 의지하는 낮은 모습을 간직하라고 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세상이 아닌 주님께 집중하는 삶, 세상에서는 꼴찌가 되고 종이 되더라도 이 안에서 커다란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점을 기억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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