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여름에 여행을 하던 중에 어느 버스 대합실에서 한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버스 시간이 많이 남으시고 또 혼자서 무료하셨는지 제게 이것저것을 물으시는 것입니다. “어디 살아요? 가족은 어떻게 되슈?”로 시작한 물음은 이제 할머니의 말씀을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들 자랑으로 이어지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지루해졌고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혼자서 종종 여행을 하는 이유는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의 이 즐거움을 할머니가 빼앗고 있는 것만 같았지요. 그래도 차마 말을 끊지 못하고 계속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디어 버스 도착 시간이 되었습니다. 자리에서 함께 일어나면서 할머니께서는 제게 뜻밖의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참 좋은 사람이네.”
제가 특별하게 친절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제 마음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할머니께서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은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상대방의 말을 묵묵히 들어만 줘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아주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주님께서 사랑을 말씀하신 것, 그리고 이 사랑을 실천하라고 한 것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내리신 지시가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었고, 우리 모두 하느님 아래에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참 쉬운데도 불구하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우리입니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쉬운 것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주님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요? 주님께 대한 믿음이 없다보니 주님의 말씀을 따를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세상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겠다고 말합니다. 그러다보니 참 쉬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에서 더욱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든 시작은 바로 주님께 대한 ‘기도’입니다.
악령을 쫓아내지 못하는 제자들을 향해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주님과의 대화라고 말하는 기도의 꾸준함 없이는 세상의 악을 물리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주님의 뜻을 제대로 따를 수가 없습니다. ‘좋은 사람’이 될 수가 없게 됩니다.
기도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믿음이 부족하다고만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당장 기도해야 합니다. 바로 ‘좋은 사람’ 되는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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