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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23 조회수 : 293

저는 매달 1일에 활동비를 받습니다. 사실 신부가 되고서 처음으로 활동비(당시에 54만원이었던 것 같습니다)를 받았을 때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교회에서 활동비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활동비를 받으니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사제 생활을 20년을 하고 있는 지금, 처음에 받았던 활동비와 비교하면 훨씬 더 많은 액수를 받습니다. 그렇다면 그때와 비교해서 지금의 행복이 훨씬 더 클까요? 아닙니다. 지금은 그렇게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뜻밖의 수입이 아니라, 미리 예측하는 수입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미리 안다면 행복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불행을 미리 안다면 어떨까요?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을 것 같지만 예고된 불행은 더 큰 불행의 시작이라는 말도 있듯이, 불행 역시 미리 안다고 좋을 것은 없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이것이 어쩌면 미래에 대한 준비이고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길인 것입니다. 

제주도 표선에 가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사진작가 김영갑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지요. 그는 수의근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소멸되어서 근육이 굳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에 걸려서 6년간 투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에도 자신의 삶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김영갑 작가가 보여준 지금을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은 그의 열정에 감탄을 하고 용기를 얻습니다. 

미래에 대한 예측을 꿈꾸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가십니다. 이 제자들은 이곳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시는 예수님과 함께 엘리야와 모세도 보게 되지요. 아마 ‘이곳이 천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지치고 힘든 전교여행은 이제 그만하고 여기에 영원히 머물기를 바랐나 봅니다. 그래서 베드로가 나서서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하늘에서는 이러한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주님의 뜻은 이곳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지금 해야 할 일,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끄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해야 할 일은 모두 팽개치고 편하고 나에게 이로움을 줄 것 같은 이곳에 머물자고 했던 것이지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지금 따라야 할 주님의 말씀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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