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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21 조회수 : 294

무사히 이태리 밀라노에 도착했습니다. 밀라노에서 새벽 묵상글 을 미리 올립니다. 참 한국에서는 새벽이겠네요... 

한 달에 한 번 본당 봉성체 봉사를 하시는 자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씀드렸더니, 좋기는 한데 봉성체를 다녀오고 나면 마음이 그렇게 편하지가 않다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연세가 많으시고 또 병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다 늙을 수밖에 없고, 또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노인을 바라보는 이 사회의 잘못된 시선들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고집만 커진다면서 ‘꼰대’라는 표현을 하고, 나이 60이 넘어가면 뇌의 활동이 줄어들어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집에서 쉬어야 한다는 말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노인들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이 없어서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철없이 행동한다고 말합니다.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노인들은 우리 국민의 문화적 보호막입니다. 곧 정의를 전하고 역사를 전하고 가치를 전하고 국민의 기억을 전하는 보호막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젊은이들은 노인과 맞서지 말아야 합니다. 그분들이 이야기하고 그분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서 노인과 젊은이는 같은 운명인데, 서로가 서로를 제외시키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에게는 힘과 열정이 있고, 노인들에게는 기억과 지혜가 있다는 것을 서로가 인정해야 합니다. 그때 진정으로 세대 간의 갈등이 사라지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예수님께 베드로는 칭찬을 받았다가 ‘사탄’이라는 소리까지 듣게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예수님께 맞섰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수난과 죽음에 대해 말씀하시자, 그래서는 안 된다면서 반대했었던 것입니다. 그 기준은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 사람의 일이었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나의 생각과 다르다면 무조건 거부하고 맞서려는 마음들이 주님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의 구원을 위해서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사랑에는 절대로 맞서면 안 되는 것처럼, 주님의 사랑이 미치고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맞서려고만 하면 이 역시 주님을 반대하고 맞서는 것이 됩니다. 

하느님의 일은 사랑입니다. 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분명히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부정하고 단죄하기 위한 말과 행동이라면 그것은 분명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이며, 주님으로부터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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