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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0일 _ [복음단상] 김창해 요한 세례자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10 조회수 : 282

일단 한 번 던져보자고


오늘 복음은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예수님이 베드로와 그의 동료를 당신 제자로 부르신 이야기

를 전하고 있습니다. ‘겐네사렛 호수’는 갈릴래아 호수의 다른 이름으로, 예수님 공생활의 주요 활

동 무대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 호수에서 어부 시몬 베드로와 그의 동료를 만나고 당신의 제

자로 부르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십니다.

어부들에게 호수는 일상이 펼쳐지는 삶의 터이면서도,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고단한 작업장

이기도 합니다. 풍성한 먹거리를 제공해주다가도, 사납게 폭풍우를 내리 퍼붓기도 하는 이 호수

는 어찌 보면 우리들 인생살이와 너무도 닮아있습니다. 때로 우리 일상이 그렇듯 가끔은 이 호수

도 “밤새도록 애쓰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허탈함을 주기도 합니다. 어쩌면, 베테랑 어부들

에게도 빈 그물을 올려야 하는 경우는 일상이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이 찾아오시는 때와 자리는

바로 이런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는 우리들 일상의 호수가 아닐런지요. 예수님은 우리 삶의 자리

에 찾아오셔서 굳어지고 무뎌지고 안일해져 있는 우리 일상과 신앙을 깨우려고 하십니다. 익숙한

것, 편안한 것, 내가 원하는 것만 길어 올리지 말고,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가서 삶이 주는 더 본질적

이고 중요한 가치를 건져 올려보라고 초대하십니다.

“시몬아,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그러나 ‘어부들은 이미 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습니다. 어부들이 그물을 씻는다는 것은 그날 일과를 끝냈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하루 고기잡이가 끝나 손 까닥 하기 싫은 시몬에게 예수님의 초대는 자신의 습관과 경험

그리고 자존심까지 버려야 가능했던 모험이고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밤새도록

한 마리도 잡지 못했으나 스승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다.’고 한 시몬의 대답에서 우리는

비장한 각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믿음의 자세를 일

깨우는 대목입니다. 인간의 능력, 경험과 판단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예수님 말씀에 순종할 때,

하느님은 비로소 우리를 통해 당신이 계획하시고 작정하신 일들을 이루십니다. 배가 가라앉을 지

경으로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주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맡겼기에 가능했던 결과였

습니다. 주님의 도구로 부름을 받은 이들이 오직 하느님의 힘만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에 있습니다. 하느님이 자신의 모든 것이 된 이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는 것” 즉, 무소유는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순서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세상의 모든 당신의 제자들이며 도구에게 말씀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걱정 마라.”


글. 김창해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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