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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2-01 조회수 : 312

2월 1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 
 
마르코 4장 26-34절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 내가 위대한 이유 >
 
씨앗을 뿌릴 때 마다 참으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생명의 신비, 작은 것 안에 깃든 무한한 가능성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지요. 
 
씨앗들의 크기도 천차만별입니다. 
시금치나 근대, 옥수수 씨앗은 큼지막합니다. 
그러나 열무, 쑥갓, 상추 씨앗은 정말 작습니다. 
입으로 훅 불면 날아가 버립니다.  
 
다룰 때도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합니다. 
이런 씨앗은 흙을 덮어줄 때도 너무 많이 덮으면 발아가 더디기에, 빗자루로 조심조심 쓸어가며 흙을 살짝 덮어줍니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 한달이 지나가면 참으로 놀라운 기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황량했던 텃밭이 온통 푸른빛으로 변해갑니다. 
밭 전체가 풍성한 식탁으로 변화됩니다. 
아무리 솎아먹어도 또 나오고 또 나오기를 반복합니다. 
 
하느님이 부여하시는 생명의 신비를 눈 앞에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지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만날 때 너무나 왜소해 보이고, 덜 떨어져 보여 안타깝습니다. 
저게 도대체 인간구실이나 하려나, 의문이 가기도 합니다.  
 
더딘 성장과 성숙에 답답할 때도 많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철이 들려나, 언제쯤 인간되려나, 걱정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나 웬걸, 2-3년만 지나면 그런 걱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몇 년 전 철부지 모습은 어느새 없어지고 의젓한 청년이 되어있습니다. 
생각하는 것, 마음 쓰는 것, 행동하는 것도 전과는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기분 나쁘게’ 나보다 더 키가 커졌습니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다 든든해집니다. 
 
한 생명체 안에, 한 인간 안에 깃든 무한한 가능성과 하느님께서 뿌려놓은 
작은 씨앗의 성장 앞에 감탄할 뿐입니다.
인간이란 존재,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고, 때로 한심해보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위대한 존재입니다.  
 
위대한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성장 가능성’ ‘변화 가능성’ ‘회개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란 존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내 삶이 비록 초라해 보이고, 때로 비루해보일지라도, 내게 내일이 있으니 나는 오늘 위대합니다.  
 
오늘 내 인생이 비록 실패로 얼룩져 있을지라도 새 출발의 가능성, 변화의 가능성을 지니는 한 오늘 나는 위대합니다.
오늘 비록 내가 부족하지만 내 안에 뿌려진 하느님의 씨앗으로 인해 오늘 나는 위대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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