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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0일 _ [복음단상] 김창해 요한 세례자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1-20 조회수 : 315

어떤 물을 채워야 할까요?


 성탄 시기를 보내고 우리는 다시 연중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펼쳐진 예수님의 기적을 통해, 예수님이 어떻게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는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혼인 잔치에는 예수님의 어머니가 계셨고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아 계셨습니다.

 혼인의 기쁨과 잔치가 주는 흥 때문에 혼인 잔치는 하느님 나라를 비유하는데 곧잘 등장하곤 합니다. ‘혼인’ 역시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하느님과 당신 백성과의 애틋한 사랑의 관계를 표현하거나, 신약성경에서는 특히 그리스도와 당신 교회와의 관계를 강조할 때 사용됩니다.

 그러나 혼인 잔치라고 해서 늘 즐겁고 흥에 겨운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듯, 카나의 혼인 잔치가 그러합니다. 잔칫집에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이제 그 잔치가 끝이 났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포도주가 바닥나면 흥도 깨지기 때문입니다. 흥이 없는 잔치는 누가 봐도 우울합니다. 잔치가 아닌 것이지요. 그런데 그 잔치 분위기를 재빠르게 알아챈분이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셨습니다.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누구나 하느님과 나의 관계가 맛 좋은 포도주로 가득 찬 혼인 잔치이길 바라며 삽니다. 어디 하느님과 나의 관계뿐이겠습니까? 가족 간의 관계도 나의 인생도, 그렇게 흥에 겨운 혼인 잔치였으면 할 때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더러, 내 삶을 지탱해 줄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나의 간절한 바람과는 너무도 다르게 포도주도, 기쁨도, 흥도 사라진 혼인 잔치…. 그 혼인잔치를 이끌어가는 일은 참 고달픕니다. 그런 혼인 잔치를 살아내야 하는 고단한 삶을 위해서 예수님의 어머니는 당신 아들에게 오늘도 이렇게 간절히 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도주가 없구나”

 우리 삶이 매일매일, 매 순간 순간 흥에 넘치는 혼인 잔치가 될 수 있도록 예수님께 청하시는 성모님의 그 간청에 더하여, 우리는 오늘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그저 그 빈 항아리에 물만 가득 채우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정성이야 그분 앞에서는 늘 턱없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물을 맛 좋은 포도주로 바꾸시는 분이라면  우리의 삶도 그렇게 맛깔나게 변화시켜 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나에게 그 물이 무엇일까요? 내가 다시 채워야 할 그 물이 무엇일까요?


글. 김창해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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