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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3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9-01-03 조회수 : 293

제 삶을 바꾸어 놓은 곳이 어디였냐고 물어보면, 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신학교’라고 말합니다. 이 신학교에 들어가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합니다.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외출을 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하는 등, 엄격한 내규를 지키면서 공동생활을 해야 합니다. 

신학교 처음 들어갔을 때, 이러한 생활이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특히 서울 신학교는 많은 젊은이들이 돌아다니는 대학로 옆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기숙사 안에서 화려한 네온사인과 사람들의 모습이 잘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기에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뭐하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긴 혈기왕성한 20대 초반인 제가 외부의 삶과 단절된 생활을 하기란 쉽지 않았지요. 하지만 이렇게 단절된 생활이 제 자신의 많은 악습들을 끊어버리고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가 있었습니다. 

피정이나 연수로 영성센터에 들어오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밖의 일에 대한 걱정을 안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있지요. 이런 분들은 충실하게 참석하지를 못하십니다.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들어오신 분들은 어떻게 하면 빨리 이곳에서 벗어날까만을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별 다른 깨달음을 얻기가 힘듭니다. 

이에 반해서 완벽한 단절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시고, 침묵과 집중으로 임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떠날 때에 이분들의 표정은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세상이 주지 못하는 큰 기쁨과 행복을 체험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세례자 요한을 묵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하지요. 육적으로 보면,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보다 먼저 태어났습니다. 그럼에도 자기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한 것은 육적으로 보는 삶이 아닌,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바라보는 영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세례자 요한이 먼저 이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광야로 나갔기 때문은 아닐까요? 세상과의 단절을 통해 그는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즉, 주님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영적인 눈이 뜨인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영적인 눈이 어떤 지를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크게 뜨여 있어서 주님의 뜻을 따르는데 어려움 없이 실천하고 있나요? 아니면 닫혀 있어서 주님의 뜻이 보이지 않고 실천하기 힘든 것은 아닌가요? 만약 영적인 눈이 닫혀 있다면, 과감하게 세상과 단절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특별한 변화를, 주님 안에서 누리는 큰 기쁨과 행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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