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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2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23 조회수 : 116

사람의 본모습은 그 숨은 희생이다 
 
 
오늘 복음은 성체성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줍니다.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예수님을 이렇게 체험합니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우리가 만약에 이들처럼 성체 안에서 빵에 떼어 나누어주시는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뻐서 부활의 복음을 온 세상에 전파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도 처음에는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결국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로 당신을 드러내 보이시기 위해 하시는 것은 말씀을 이해시키는 일입니다.
어떤 성경 말씀을 이해시키려고 하셨을까요?
당신이 빵을 나누어주시기 위해 많은 고난을 받고 죽으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성체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말씀 안에서 그분의 수난에 대한 묵상이 부족하기 때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 아주 특별한 영화 ‘시네마 천국’이 있습니다. 성공한 영화감독 살바토레, 우리는 그를 '토토'라고 부를 겁니다.
어느 날 밤, 토토는 고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아버지 같았던 존재, '알프레도'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죠.
굳게 닫아두었던 기억의 문이 열리고, 이야기는 수십 년 전,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공간,
'시네마 천국' 극장이 있던 시칠리아의 작은 마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호기심 많고 장난기 가득했던 꼬마 토토에게 '시네마 천국'은 온 세상과도 같았습니다.
영사 기사 알프레도는 까칠한 듯했지만, 몰래 영사실을 드나드는 토토를 내치지 못하고 결국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 부재했던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영사 기술뿐 아니라 인생의 지혜와 따스한 정을 가르쳐주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죠. 당시 마을 신부님은 영화 속 키스신이란 키스신은 모조리 잘라내라고 명령했고, 알프레도와 토토는 몰래 그 잘린 필름 조각들을 모으곤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청년이 된 토토는 알프레도가 사고로 시력을 잃자 그의 뒤를 이어 영사 기사가 됩니다.
아름다운 엘레나와 첫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군 입대와 엇갈림 속에 사랑은 아프게 끝나버리죠.
실의에 빠진 토토에게 알프레도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이 작은 마을을 떠나라.
네 재능을 펼쳐. 그리고 절대 돌아오지 마라. 편지도 하지 말고, 나를 찾지도 마라. 네가 성공했다는 소식만 기다리겠다." 마치 냉정하게 등을 떠미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토토의 더 큰 미래를 위한 알프레도의 가장 큰 사랑이자 희생이었습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습니다.
성공했지만 어딘가 공허해 보이는 중년의 토토는 알프레도의 장례식을 위해 마침내 고향 땅을 밟습니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마을, 폐허가 된 '시네마 천국' 극장 앞에서 그는 알프레도가 남긴 유일한 유품, 녹슨 필름 통 하나를 건네받습니다. 
 
로마로 돌아온 토토는 혼자 영사실에 앉아 알프레도가 남긴 필름을 돌립니다.
화면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수십 년간 신부님의 검열로 잘려나갔던 그 모든 키스 장면들이, 알프레도의 손길로 마법처럼 이어붙여져 하나의 긴 키스 몽타주로 상영되는 것이었습니다!
입을 맞추는 연인들의 모습이 쉴 새 없이 이어지자, 토토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그것은 단순한 필름 조각이 아니었습니다.
토토의 성공을 위해 기꺼이 그를 떠나보내고,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유일한 친구였던 토토를 보지 못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감내해야 했던 알프레도의 깊은 사랑과 희생이 고스란히 담긴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냉정하게 등을 떠밀었던 알프레도의 아픔, 그 긴 시간 동안 토토를 향했던 변치 않는 애정.
그 모든 감정이 키스 장면에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토토는 그제야 알프레도의 진심을 온전히 깨닫고,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사랑의 장면들을 통해 오랜 세월 묵혀두었던 슬픔과 그리움을 씻어내며 마음의 정화를 경험합니다.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러서야, 토토는 알프레도가 남긴 가장 특별한 선물을 통해 진정한 그의 사랑과 희생을 마주하고, 가슴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하는 행위를 단지 ‘게임’이라고 말합니다.
아들은 자신이 그 게임을 해서 살아났는지 압니다.
그러나 차차 깨닫게 되겠지요.
자신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는 극심한 고통과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음을.
이것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아버지를 만나는 과정입니다.
선물의 가치는 그 속에 스며있는 피를 볼 때 알게 되고, 그 가치를 알 때 그 주는 이를 진정으로 만나게 됩니다.  
 
구약에서 ‘요셉’은 왜 형제들에게 일부러 고통을 느끼게 하였을까요? 형제들에게 그가 주는 식량으로 그가 진정으로 누구인지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도둑이라는 오해를 받고 멸시받음의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면,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식량이 자신들이 팔아넘긴 요셉의 피가 스며있음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양식을 먹으면서도 진정한 요셉을 만나지 못합니다. 
 
우리는 자주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해 묵상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기도는 곧 성체 안의 예수님을 알아볼 준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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