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병은 치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지 장애로 인해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것, 잊어버려서 제대로 지금을 살 수 없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짐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어느 책을 읽어 보니, 치매는 당신을 놓아주라는 신호라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기억, 당신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모두 다요.”
슬플 수밖에 없는 병이지만, 슬픔 안에만 머물러서는 주님 뜻에 제대로 살 수 없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냥 놔버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을 사는 것입니다.
함께 지내는 아버지의 기억 혼란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형제님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치매 초기라면서 증상 완화 등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버님께서는 자기가 무슨 치매냐고 하면서 인정하지 않으신다고 하십니다.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이 9.25%로 높은데도 자기는 아니라면서 화만 내신다는 것입니다. 치료받지 않으니 점점 증세는 안 좋아졌고, 계속된 아버지의 불평불만으로 가족 전체가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힘들어집니다. 치매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지금 삶을 불평불만으로 바꿀 수 있다면, 열심히 불평불만 안에서 살면 되겠지요. 그러나 바뀌지 않는 것이라면 불평불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할 것이고, 무엇보다 스스로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바꿀 수 없는 것이라면 그냥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온 힘을 다해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 이후, 마리아 막달레나는 커다란 슬픔에 빠집니다. 죽음이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시간 전체를 부정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죽음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텅 빈 무덤을 발견합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주님을 꺼내 갔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고도 정원지기로 생각합니다. 부정적 마음이 더 확대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죽음과 부활에 대해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이 말씀을 기억하는 사람은 죽음에 그냥 머물지 않고 부활이라는 희망으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바로 그때 “마리아야!”라고 부르십니다. 이 부르심으로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사랑의 말씀은 우리를 진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해야 할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가서 예수님의 말씀을 전했던 것입니다.
세상의 말이 아닌 주님의 말씀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바꿀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꾸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명언: 삶이라는 것은 길입니다.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길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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