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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6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4-05 조회수 : 117

내일의 삶을 위한 회개

 

[말씀]

1독서(이사 43,16-21)

바빌론 유배 중에 유다인들은 과거의 역사를 회상하는 일에 집착했으나, 한 예언자가 나서서 미래를 향해 시각을 넓히도록 호소합니다. 하느님은 곧 당신 백성에게 제2의 이집트 탈출, 다시 말해서 바빌론 탈출을 선사하실 것이며, 이로써 유배민들은 광야를 지나 본국으로 귀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2이사야라 불리는 익명의 이 예언자에게 본국 귀환은 이스라엘 백성의 철저한 회개와 삶의 변화를 전제로 합니다.

2독서(필리 3,8-14)

예수 그리스도와의 신비스러운 만남 체험을 통하여, 사도 바오로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자랑거리들을 쓰레기 정도로 취급하기에 이릅니다. 특히 그는, 다른 율법 학자들처럼, 율법 준수로 하느님과 의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믿어왔으나, 그리스도를 만난 이후 하느님과의 진정한 관계는 오로지 그분의 자비에 달려 있음을 의식하고서, 이제는 자기 자신이 아니라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고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복음(요한 8,1-11)

바리사이들은 율법 제일주의에 빠져 글자 그대로의 율법 준수에 최선을 다했으나, 율법 준수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죄인들은 쉽게 멸시해 버렸습니다. 이들은 오늘 간음한 여인의 경우를 예로 그리스도를 궁지에 몰아넣고자 합니다. 율법에 내맡길 때는 그분이 강조해 오신 사랑이 걸리고, 용서에 호소할 때는 율법을 위반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하는 말씀은 율법을 존중하면서도 하느님은 용서와 자비를 원하시는 분임을 선포하는 말씀입니다. 곧 율법의 완성은 사랑이며, 각자는 남을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회개에 전념해야 함을 이르시는 말씀입니다.


[새김]

예수님은 가르치실 때 말씀 이상으로 행적을 소중히 여기십니다. 지난 주일에는 하느님의 크신 자비를 가르치시기 위해, 그 유명한 탕자의 비유를 들려주셨다면, 오늘은 행적을 통하여 이웃에 대한, 그 이웃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에 대한 신앙인의 올바른 자세를 일깨워주십니다.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과 그분께 모여든 백성이 등장하고, 예수님을 시험하여 고소할 구실을 만들려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 하나를 끌고 옵니다. 분명 율법은 상간 남녀 모두 처형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레위 20,10: 신명 22,22-24), 상간남은 도망쳐 못 잡은 것인지, 아니면 안 잡은 것인지에 대한 언급 없이, 여인만 끌려 와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 앞에는 누구 하나 함께해 줄 이 없는 초라한 여인, 헤어날 방법이 전혀 없는 약자 가운데 약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입니다.

 

이 여인을 끌고 온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본심을 드러냅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난감한 상태, 그야말로 딜레마입니다.

모세의 법대로 하라고 하면 그토록 강조해 온 자비는 어디에 갔느냐고 되물을 것이고, 그냥 놓아주라고 하면 율법을 파기하는 존재, 죄의식이 전혀 없는 존재로 인식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예수님은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십니다. 무엇을 쓰셨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별것 아닐 것입니다. 아마도 죄에 대한 용서처럼, 쉽게 지울 수 있는 것이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관심은 몸을 굽히셨다는 표현에 머뭅니다. 아무도 굽히는 사람이 없는 데서 당신 친히 몸을 굽히십니다. 이웃에 대한 자세에서 기본은, 그가 죄인이라 할지라도, 굽힘이 표현하고자 하는 존경의 마음입니다.

당신처럼 굽히기를 바라시면서 답을 주십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그러고서는 다시 굽히십니다.

사람들은 굽히는 대신 하나씩 떠나갑니다. 굽힐 용기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분명 던지려 했던 돌은 가슴 속에 지니고,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떠나갔을 것입니다. 성찰과 회개의 기회를 놓친 이들은 끝내 그 돌을 예수를 향해 던지고 말 것입니다.

 

거룩하신 주님 앞에, 사람들 대신하여 몸을 굽히신 주님 앞에 여인만 홀로 남아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몸 둘 바를 모르던 여인에게 주님의 온화한 음성이 울립니다: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쉽게 답할 수 있는 간결한 응답이 뒤따릅니다: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 주님의 말씀으로 용서의 하루가 마감됩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말씀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다시는이라는 초대의 말씀입니다. 죄의 상태에서 벗어나 늘 구원의 삶을 살아가기를 초대하시는 말씀입니다.

용서해주시는 하느님께 우리가 올려드릴 수 있는 유일한 예물이 있다면, 바로 이 초대의 말씀대로 살아가는 일일 것입니다.

 

회개와 보속의 이 사순시기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웃을 단죄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임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주님도 단죄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웃을 향해 던지려는 돌을 품고 있다면 내려놓겠다는 다짐과 함께, 그 돌이 바로 나를 향하도록 방향을 돌려 잡아야 합니다. 이웃을 단죄하기보다는 나를 단죄하는 일, 나의 허물과 악습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회개의 길로 들어서야 할 시간입니다.

회개와 보속, 은총과 구원의 때인 이 사순시기에, 여러분 모두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회개의 길로 나아가시기를, 이웃에게 좀 더 너그럽고 자비로운 사람으로 다가서도록 노력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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