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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4-05 조회수 : 121

예레미야 11,18-20 요한 7,40-53 

 

주님, 제게 대체 왜 이러십니까? 

 

 

일찌감치 어린 나이에 예언자로 불림받았던 예레미야의 인생 여정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니 참으로 기구하고 안쓰러웠습니다. 또래들은 다들 모여서 깔깔대고 웃고 뛰노는 그런 나이에 불림을 받았으니 얼마나 부담스럽고 막막했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주신 주된 소명은 이스라엘 고관대작들과 지도층 인사들을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멸망을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다 지도층 인사들 입장에서, 보아하니 머리에 피도 제대로 마르지 않은 한 아이가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하니,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어떤 이들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백성들 앞으로 나아가는 예레미야의 심정이 오늘 첫 번째 독서에서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저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순한 어린양 같았습니다.”(예레 11,19) 

 

보통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은 다 자란 양이었습니다.

그래야 고기도 넉넉하게 나오고, 가죽도 쓸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종종 번제물로 바치기 위해 어린양도 도살되곤 했습니다.

도살장으로 끌려갈 때, 살만큼 산 어미양들도 두려워서 혼비백산할 것입니다.

그런데 어린양은 그보다 훨씬 더 했을 것입니다. 예언자 생활 내내 예레미야는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 신세였던 것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서를 천천히 읽다보면 참으로 특별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가 겪은 고통이 너무 크다보니,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큰 위로를 받게 됩니다. 

 

예레미야 예언자가 전달해야 할 하느님의 말씀이 듣기 좋은 말씀, 덕담, 칭찬과 위로의 말이었으면 득달같이 달려가서 예언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전하라고 하신 말씀은 지도층 인사들의 타락과 우상숭배를 고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이스라엘의 거듭된 배신과 불충실에 따른 왕국의 파괴와 멸망을 예언해야만 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예언자 직분을 시작했기에, 말빨이 제대로 먹히지도 않고, 가는 곳 마다 천대받고 무시당하던 예레미야는 하루는 얼마나 괴로웠던지 이렇게 부르짖었습니다. 

 

“아, 불행한 이 몸! 어머니, 어쩌자고 날 나으셨나요? 온 세상을 상대로 시비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 사람을.

빚을 놓은 적도 없고 빚을 얻은 적도 없는데 모두 나를 저주합니다.”(예레15,10) 

 

“제가 날마다 놀림감이 되어 모든 이에게 조롱만 받습니다.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날마다 치욕과 비웃음거리만 되었습니다.”(예레 20, 7-8) 

 

그러나 예레미야는 예언자이기에 겪어야만 했던 그 혹독한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에 꾸준히 순명했습니다. 아직 어렸기에 틈만 나면 “주님 제게 대체 왜 이러십니까?

어찌하여 저를 이토록 힘들게 하십니까?” 하고 부르짖었지만, 결코 예언직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길을 걸었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의 생애는 거듭되는 고통과 시련 속에 살아가는 오늘 우리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거듭된 시련과 실패를 통해 그를 성장시키셨고, 튼튼한 당신의 종으로 거듭 나게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생애를 통해 실패를 통해서도 성공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는 동시에, 분명 우리 생애 안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처참한 실패에서 성공에로 이끄시는 분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실패를 이용해서 우리의 상처를 영광의 배지로 바꿀 수 있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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