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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28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3-27 조회수 : 112

첫째가는 계명

 

 

오늘 말씀에서 우리는 유일한 순간을 확인합니다. 예수님과 율법 학자가 상호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서로를 인정하는 복음서의 예외적인 현장을 목격합니다: 훌륭하십니다, 스승님, 너는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율법 학자는 모든 계명 가운데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하고 여쭙니다. 이 질문 속에는 지켜야 할 그 많은 계명이 전제됩니다.

율법 연구와 가르침을 전문으로 하던 율법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계명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아리송하다는 의중이 보입니다.

사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시 말해서 사람의 삶이 바뀌어나감에 따라, 그에 대응하기 위한 법 제정이 증대되거나 난발되어 어느 법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지 난감했을 것입니다. (구전 율법을 정리해 놓은) 미쉬나에 실린 안식일에 지켜야 하는 법규만 하더라도 39가지이며, 세부 규정으로 들어가면 엄청납니다. 바느질, 실 제조와 풀기, 매듭 매기와 풀기와 같은 행위까지 금지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율법 학자의 질문은, 율법 학자들이나 바리사이들이 그러하듯, 예수님을 시험하거나 궁지에 몰아넣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진정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던진 질문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질문에 예수님은 신명기의 핵심 가르침이라 말할 수 있고, 유다인들이 성구갑에 늘 넣어 지니고 다니던 성경 구절인 신명기 64-5절로 대답하십니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첫째가는 계명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답변은 이어져, 율법 학자가 묻지도 않은 둘째 계명으로 넘어갑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어서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하고 서명 날인하십니다. 율법 학자도 이 응답에 적극적으로 동조한다는 사실도 예외로 보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묵상해 보면, 율법 학자는 바로 이 둘째 계명의 중요성에 관한 말씀을 듣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느님 사랑 이외에, 오경의 약자 보호법이나 소외 계층에 대한 예언자들의 지대한 관심 등에서 이웃 사랑은 부정할 수 없는 가르침으로 제시되어 있으나, 구약성경에 명시적으로 꼭 한 번 언급되는 레위기 1918절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하는 문구 인용은 그래서 의미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의 응답과 율법 학자의 화답 속에서 우리는 이미 하느님 사랑이 바로 이웃 사랑이라는 순리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이웃 사랑을 통해서 하느님 사랑에 이를 수 있다는 위대한 가르침이며, 이것이 바로 가장 큰 계명임을 터득합니다.

 

사순시기는 사랑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사랑으로 가르치셨고, 사랑으로 수난과 죽음을 맞이하신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을 쫓으며, 신앙인의 삶을 다시금 정리하는 가운데, 그 사랑의 힘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거룩한 시기입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모든 사람, 특히 여러 가지 사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웃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 뵙는 행복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은 하루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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