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게시판 > 보기

오늘의 묵상

3월 27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3-27 조회수 : 143

루카 11,14-23 

 

신앙에 무관심한 자와 미지근한 자 중 누가 더 나쁠까? 

 

 

오늘 복음에서 군중 가운데 몇 사람은 예수님께서 하신 기적을 보고는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라고 말하고, 또 “하늘에서 내려오는 표징을 그분께 요구하기도”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마치 마귀를 쫓아내는 일이 힘센 자와 강도가 싸우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하시며,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라고 결론을 내리십니다.  

 

만약 전쟁에서 상급자가 하는 일에 자꾸 불만을 품거나 상급자를 인정하지 않는듯한 태도를

보이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마치 ‘탈영’을 하는 일과 같습니다.

자기 목숨을 살리고자 탈영하면 어떤 면에서 크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생각되지 않을 수 있으나,

실제로는 군의 사기를 떨어뜨려 전쟁에서 패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게 합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합니다.

골룸은 프로도와 샘의 길 안내자로 등장하면서 그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간절하게 말합니다.

“룸이 착한 주인님을 잘 모시겠어요.

골룸이 길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골룸은 프로도와 샘을 속이기 위해 친절한 모습과 간교한 모습을 반복하며 내부에서 그들을 분열시키고 약화했습니다.

그는 샘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했고, 프로도의 마음을 혼란에 빠뜨려 결국 프로도는 샘마저도

의심하게 됩니다.

결국 프로도는 신뢰했던 친구 샘에게 “돌아가 버려! 네 도움은 이제 필요 없어!” 라고 말하며 분노를 표출합니다.  

 

골룸의 최악의 배신은 프로도와 샘을 거대한 거미 괴물 ‘쉴롭’의 소굴로 유인한 사건입니다.

그는 프로도를 죽게 하고 자신이 반지를 차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결국 프로도가 거미에게 마비되고 위험에 처하게 만듭니다.

샘이 프로도를 구해냈지만, 내부에서 일어난 이 배신 때문에 프로도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예수님도 가리옷 유다에 의해 배신당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그가 아니어도 십자가의 길로 가시기로 결심하셨기 때문에 이것은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분께 냉랭한 사람보다 사랑하는 척하며 그분 곁에서 열성적이지 못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준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장군 중 하나로 꼽히는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기원전 218년부터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이끌며 로마를 상대로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기원전 216년의 칸나이 전투에서는 로마군을 거의 전멸시키는 대승리를 거두며 로마를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로마의 역사가 리비우스는 “한니발 앞에서 로마는 마치 늑대 앞의 양 떼와 같았다.”라고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로마를 무너뜨리기 위한 한니발의 모든 계획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무너졌습니다.

카르타고의 정치인들과 귀족들은 한니발의 성공을 질투하고 견제하며, 필요한 지원과 병력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한니발은 계속해서 본국에 편지를 보내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지도자들은 이 요청을 무시하거나 지연시켰습니다. 

 

결정적으로, 내부의 배신은 기원전 202년 자마 전투 직전에 절정을 이룹니다.

카르타고의 정치 지도자들은 내부에서 협력하여 한니발의 권력을 약화시키고, 심지어 로마와

비밀리에 협상을 시도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국 한니발은 자마 전투에서 로마의 스키피오 장군에게 결정적으로 패배했고, 전쟁은 로마의 승리로 끝납니다. 

 

전투 후, 절망한 한니발은 “내 진정한 적은 로마가 아니라 카르타고의 정치가들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로마는 법치주의 국가였기에 결단력이 빨랐으나, 카르타고는 결정을 지연하고 일치하지 않으며 패배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을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마치 아버지처럼 자상하다가도 탈영한 자에 대해서는 매우 무서운 모습을 보입니다.

자기 자신이 탈영한 자의 목을 사정없이 치는 것입니다.

그들이 가족이 있고 나이 든 부모가 있다고 해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전쟁에서 지면 그보다 더 큰 비극이 온 국민에게 닥쳐오기 때문입니다.  

 

죄를 짓는 사람은 그냥 죄를 지어 자기만 지옥에 가면 됩니다.

그러나 교회 내에서 영혼 구원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은 더욱 큰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다시는 대통령 부부가 아무리 미워도 비행기 사고로 떨어져 죽으라고 하는 사제는 나와서는 안 됩니다.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영혼이 교회에서 떨어져 나갔는지 모릅니다.  

 

선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선교를 자신이 빠져도 되는 무엇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큰 노력을 하지 않고 주일미사에만 열심히 나옵니다.

그러나 선교도 전쟁입니다.

싸워서 쟁취하지 않으면 빼앗깁니다.

한 영혼을 빼앗기는 것은 전쟁에서 한 민간인이 죽는 것보다 무서운 일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신앙인이 선교에 열정을 쏟기를 바라십니다.

그런데도 노력하지 않고 나만 혼자 신앙생활 하려고 한다면 역시 전체적인 사기를 떨어뜨리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차갑거나 뜨거운 것은 삼키시지만, 미지근한 것은 참아내지 못하십니다.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