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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4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3-03 조회수 : 126

백 배의 보상

 

 

오늘 복음 말씀은 어제 말씀에 바로 이어지는 부분입니다. 어제, 계명 준수에는 철저했으나 가지고 있던 많은 재물을 버리지 못해 예수님을 따르는 길에 들어서지 못했던 그 사람과 달리,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선 제자들을 대표하여 베드로가 말씀을 올립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주님을 따라나서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명시됩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뽑아 세우실 때, 제자들의 반응은 늘 버리다는 용어를 중심으로 기술됩니다: 그물을 버리고...”, 아버지를 버려두고...” . 버리지 못하면, 어제 복음의 그 사람처럼 예수님을 따라나설 수도,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는 길을 택할 수도 없습니다.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은 당연히 모든 것을 버린 사람에게 주어질 보상에 관한 약속으로 기대됩니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주님을 따르는 길에 박해를 포함한 고통이 동반할 것임은 신앙적인 차원으로 받아들이고, 집이나 토지를 백 배로 받게 될 것이라는 말씀은 세속적인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부모와 형제와 자녀를 백 배로 받게 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분명히 문자 그대로 부모와 형제와 자녀의 수가 백 배로 증가한다는 말씀은 아닐 것입니다. 다르게 묵상해 볼 대목입니다.

박해 백 배를 하나는 부정적 보상, 다른 하나는 긍정적 보상으로 떼어 볼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어 긍정적 현실로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과 복음을 위해 버릴 때 비로소 백 배나 받을 것이라는 말씀 속에서, 우리는 이미 곧 탄생할 교회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예수님은 말씀과 행적으로 사람들, 특히 제자들을 온갖 사랑으로 양성하시고,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성부의 뜻을 완성하신 다음, 당신의 구원사업을 사도들에게 맡기시고 하늘에 오르시며, 사도들에게 성령을 보내시어 그들을 기초로 지상의 교회를 세우십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제자들이 이끌어갈 지상 교회는, 우선 이단으로 단죄한 유다교로부터, 이어서 그 험악했던 로마 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아, 숨어서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그러나 갖은 박해 속에서도 교회는 오히려 성장을 자랑했으며, 구성원 또한 날로 확대되어 갔습니다. 구성원의 확대는 구성원 상호간의 영적 관계, 곧 영적인 부모와 형제와 자녀의 관계를 보장해 주었습니다. 이 관계는 친부모나 친형제 또는 친자녀와의 관계보다 더 깊고 소중한 관계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버리지 않았다면, 버리고 주님을 따라나서지 않았다면, 크고 작은 박해를 감수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은혜로운 관계입니다. 나아가, 영적인 관계에서는 다 우리 집이고 다 우리 토지이니, 이 역시 백 배가 아니라 수천수만 배가 될 것입니다.

 

쓸데없는 것도 버리기 어려운 터에,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과 복음 때문이라면, 우리는 무엇이든 버릴 수 있어야 하며, 최소한 그러한 마음 가짐은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버려야만 비로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 한평생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주님께서 약속하시고 보장해 주신 영적인 부모와 형제와 자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그분들과 함께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나가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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