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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3월 3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3-02 조회수 : 123

구원은 받는 것

 


오늘 복음은 어떤 사람이 달려와 무릎을 꿇고,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는 물음으로 시작됩니다.

먼저 무릎을 꿇는 행위는 절대적인 신뢰와 존경을 드러내는 행위이며, 여기서는 아니지만,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들어 모심을 고백하는 몸짓입니다.

이 사람은 율법 준수에 충실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예수님이 계명 준수에 대해 말씀하시자 스승님,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그런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은 바리사이들이나 율법 학자들과는 달리 계명 준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흔히 율법으로 번역하고 있는 히브리어 토라의 본래 의미는 가르침입니다. 구약성경에서 토라를 율법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문맥에 따라 가르침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특히 시편과 지서들 참조).

하느님의 가르침, 그것이 토라이며, 후대에 와서 비로소 전문적인 용어인 율법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사실, 가르친다는 것은 사랑을 전제로 하기에, 모든 가르침은 결국 사랑을 바탕으로 하며, 이 사랑의 가르침에 화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 실천이라는 결론에도 쉽게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율법주의자들이 놓치고 있던 부분입니다.

지금 예수님과 대화를 하고 있는 이 사람이 계명 준수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늘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던 점이기도 합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결국 재물 때문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떠난 사람을 뒤로 하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구원에 대하여 큰 가르침을 주십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물론 방금 재물 문제로 따르기를 포기한 사람을 체험했기에,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의 구원이 문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재물이라는 걸림돌로 말미암아 그들의 구원이 더 어렵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넓게 보면 모든 이의 구원에 관한 가르침입니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한 마디로 사람의 편에서는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제자들처럼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토해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 한 말씀이 우리의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달래주고, 구원에 대한 확고한 희망을 불러일으켜 줍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굳이 부연하자면, 하느님은 수천수만 마리의 낙타를 순식간에 바늘귀로 빠져나가게 할 능력을 소유하신 분이라는 말씀입니다.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권역임을 밝히는 말씀입니다. 구원은 우리 인간이 애써서 따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은총의 선물임을 선언하시는 말씀입니다. 쟁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도 바리사이나 율법 학자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구원을 받기 위해서 하는 기도여서는 안 됩니다.

구원을 얻기 위해서 하는 사랑 실천이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과 내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독생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상 희생 제물로 바치신 유일한 목적은 우리 모두에게 구원이라는 선물을 무상으로 주시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감사의 마음으로 이 선물을 받기만 하면 됩니다.

감사의 이 마음, 이 마음이 바로 기도로, 사랑 실천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구원을 따기 위해 하는 기도는 지루한 경우가 있을지 몰라도, 감사의 마음으로 하는 기도는 아무리 해도 지루한 줄을 모를 것입니다. 이 큰 선물 앞에서 지루할 틈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사랑 실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 실천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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