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따르는 길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시고 말씀하십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을 가까이 부르시는 경우는 허다하나, 군중을 가까이 부르실 때는 매우 중요한 가르침을 주시려는 의도가 기대됩니다.
중요한 가르침이 무엇일까? 그것은 주님을 따르는 길에 관한 기본적인 가르침으로서,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 가르침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먼저 가슴에 새겨야 할 내용입니다. (어제 복음에서) 위대한 신앙고백에 이어, 베드로를 포함한 사도들이 예수님의 꾸짖음의 대상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첫 말씀은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입니다. 이 말씀 속에는,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따라야 할 분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보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며, 따르는 구체적 증거로 자신을 버릴 것과 제 십자가를 질 것을 다짐해야 합니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세속적인 욕심을 내려놓음을 뜻하며, 제 십자가를 짊어진다는 것은 예수님과 복음을 위해서 목숨을 잃을 각오도 마다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 첫 번째 가르침은 예수님 시대도 시대지만, 이어진 제자들의 시대, 곧 박해 시대에 더욱 큰 반향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들은 물론 초대교회 신자들이 예수님과 복음에 충실하기 위하여 자기 목숨 바침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입니다.
전혀 새로운 가르침, 역설적인 가르침입니다. 당신과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것이 참 생명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밝히십니다.
아마도 제자들과 군중들은 도대체 이분이 어떠한 분이시기에 육체적인 생명 포기까지 말씀하시는 것일까 궁금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수난과 죽음을 통하여 부활의 영광에 이르신 주님을 뵙고 난 다음, 역설적인 이 가르침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고, 비로소 주님을 따라나설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맞는 말씀입니다. 소모되어 사라져가는 생명이 아니라 영원히 변치 않는 참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오직 주님과 그분 말씀 선포와 실천에 달려 있는 일입니다. 부끄러워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한편,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하는 말씀 속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노력과 함께, 각자 자기 십자가가 있어야 주님을 따를 자격과 권리가 부여된다는 상식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살아가며 겪게 되는 고통을 대표하는 요소로 십자가를 이해한다면, 고통 없이 주님을 따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고통 없는 삶이란 있을 수 없으니, 결국 삶의 질이 어떠하든 주어진 삶에 충실한 모습, 그것이 바로 주님을 따르는 삶임을 확인합니다.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질 상황, 그것이 고통이라면 더욱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기꺼이 짊어지고 묵묵히 주님 뒤를 따라 걸어가는 자신감 넘치는 하루, 나아가 이웃의 십자가가 정말 무거워 보인다면 자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주는 넉넉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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