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씻어야 할 것
어제의 복음 말씀은, 식사 전 손 씻는 규정 문제로 벌어진 예수님과 율법 학자 중심의 바리사이들 사이의 논쟁이 주제였습니다.
전통과 율법 준수를 하느님 섬김의 가장 우선적이며 탁월한 방법으로 인식했던 이 적대자들, 심지어 이를 통해서만 구원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이 율법주의자들, 결국 사람의 규정을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는,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는 가혹적 질타의 대상이 된 이들을 대상으로, 오늘 주님은 계명에 담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하느님을 참되게 섬기는 길은 무엇인지 가르치십니다.
하느님이 내리신 법(신법)이며 모든 율법의 심장, 율법의 대헌장이라 말할 수 있는 십계명은(탈출 20,1; 신명 5,6)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낸 주(야훼) 하느님이다” 하는 말씀으로 시작됩니다.
십계명 제정 또는 선포의 목적이 밝혀집니다. 십계명은 인간을 속박하기 위한 법규가 아니라,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서처럼 인간을 종살이 생활에서 구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규라는 것입니다.
이 열 가지 계명만 마음에 새기고 살아간다면, 구원이라는 선물은 늘 준비되어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많지 않은 이 열 가지 계명, 어찌 보면 최소한의 법규들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 서게 합니다.
당신 자녀로 불러주신 하느님만을 섬기고, 그분의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고, 안식일(주일)을 거룩하게 지내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람을 죽이지 말고, 간음하지 말고, 도둑질하지 말고, 거짓 증언을 하지 말고, 남의 아내을 탐내지 말고,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윤리적이며 인간적인 계명들을 담고 있는 것이 십계명입니다.
세상과 인류 구원이라는 하느님의 뜻이 담긴, 최소한의 이 십계명 준수를 방해하는 요인들로는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 작고 모자란 우리의 마음에 그래도 그 크신 하느님을 모시기에 부적합한 요소들, 씻어 없애 버려야 할 요소들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깨끗해야, 달리 말하면 마음을 비워야 비로소 하느님을 모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는 사실을 밝혀주십니다.
그런데 열거된 이 요소들은 모두 이웃과의 올바른 관계을 위해 경계해야 할 것들이라는 점에서, 이웃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할 때 비로소 하느님과의 관계를 의롭게 하고 회복할 수 있다는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이 구원되기를, 아니 당신이 주시는 구원이라는 선물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를 원하십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외아드님을 십자가상 희생 제물로 바치기까지 하신 겁니다.
이 크나큰 선물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마음을 채우고 있는 지저분한 것들, 이웃과의 의로운 관계를 저해하는 너저분한 것들을 말끔히 씻어내고 정리해야만 합니다.
오늘 하루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의롭게 하는 가운데, 구원이라는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을 더욱 넓혀가는 거룩한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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