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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2월 6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2-05 조회수 : 159

털어버려라

 

 

앞서, 사도 명단에 관한 복음 말씀에서 살펴 보았듯이(마르 3,13-19), 예수님은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 열둘을 세우시고 사도라 이름하셨습니다.

부르심의 목적은 우선,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심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늘 곁에 두시어, 그들이 당신의 말씀을 직접 두 귀로 듣게 하고, 당신의 행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하십니다. 바로 이들이 예수님의 뒤를 이어 귀와 눈으로 직접 듣고 본 것을 전하며, 지상 교회를 맡아 구원사업을 이어나갈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심입니다. 당신의 말씀과 행적을 귀와 눈으로 직접 듣고 보게 하신 것은, 있는 그대로 전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끝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심입니다. 마귀를 쫓아낸다는 것은 하느님 나라가 건설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증거입니다. 마귀는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는 존재, 그분의 뜻과 정반대의 길을 걷도록 인간을 유혹하는 존재, 하느님 나라에서는 영원히 사라져야 할 존재입니다. 사도들에게 이 권한을 주셨다함은, 성자께서 세우시는 하느님 나라 건설에 앞장서야 할 교회가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꼭 갖추어야 할 자격을 말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지금까지 늘 곁에 두고 말씀과 행적으로 가르쳐왔던 제자들을 일차적으로 시험 파견하시며, 파견 지침을 내리십니다. 물론 궁극적인 파견은 성령강림을 통한 교회 창립 때 완성될 것이나, 그 지침만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먼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이르십니다. 필요한 것까지도 포기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흔히 길을 떠날 때는, 여행의 결과는 준비과정에 달려 있다 할 정도로, 준비에 최선을 다하게 마련인데, 주님은 오히려 비움가난을 강조하십니다.

한마디로, 여행 보따리가 필요 없다고 하십니다. 여행 보따리는 자기 고유의 세계를 고집하게 하는 대표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이며, 내가 어떠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얼마만큼의 재물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도록 유혹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오직 라는 인격을 통해서 기쁜 소식을 전파하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파견된 이들의 에는 파견하신 분의 가르침과 정신이 담겨 있을 뿐이니, 파견하신 분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가르침을 실천하고 전파하라는 말씀입니다.

 

아울러 예수님은 선교의 여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내다보시며,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버려라 하는 지침을 덧붙이십니다. 경고 또는 단절과 결별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 분명해 보여도, 선교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할 사도들에게 이 말씀은 또한 미련과 아쉬움 털어버리고 용기 내어 다시 시작하라는, 다시 걸어가라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인간적으로는, 너희를 받아들이지도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허망하거나 야속할 수 있어도, 그렇다고 선교의 길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우리 가톨릭교회의 존재 목적, 이 교회에 몸담고 있는 우리 가톨릭 신앙인들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사도들을 기초 삼아 세운 교회에 우리를 불러 주시고, 언제 어디서든 기쁜 소식을 전하고 나누도록 우리를 초대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오늘 하루도, 내가 가지고 있거나 쌓아 온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담아주신 말씀과 정신을 벗 삼아 만나는 모든 이에게 신앙의 기쁨을 전하는, 그것도 용기 내어 힘차게 전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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