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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30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01-29 조회수 : 157

 

보태어 받을 것이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면서도, 너무나 상식적인 말씀 앞에 식상해 하거나, 너무나 비상식적인 말씀 앞에 당황할 때가 적지 않으며, 이런 말씀이 성경에 담겨 있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그 말씀이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적시되어 있을 때는, 문제가 다릅니다. 더 생각하고 더 묵상하게 됩니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의에 놓지 않느냐?” 또는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등불을 먼저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등불을 받아들이거나 받아 들고 주위를 비추며 살겠다는 다짐을 한 이상, 숨겨 놓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으로 다가옵니다.

그 등불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시 말해서 등불이 주위를 밝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름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기도로 시작해서 사랑 실천으로 그 기름을 준비해 나갑니다.

 

그러나 마르코 복음 저자가 전하는 이 상식적인 가르침을 통해서, 예수님은 더 깊이 있는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마르코 복음서 설계의 진수라 말할 수 있는 메시아의 비밀 구도입니다.

곧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밝혀 나가는 여정을 말합니다: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은 지금은 감추어져 있지만, 언젠가 활짝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이 메시아이심을 말씀만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드러내실 것이며, 그 완성의 시간은 수난과 죽음과 부활입니다.

우리 신앙인의 입에 늘 붙어 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칭호를 반복할 때마다, 우리는 그분이 메시아이심을 고백함과 아울러, 그분만이 우리를 구원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고백합니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본다면, 가혹한 이치, 그리스도교 신앙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논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조금만 들어가 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우리나 우리 주위에서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현실로 받아들여집니다.

신앙생활 자체가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오던 터에, 조금만 쉬었다 가자 하는 생각에서 쉬기 시작하는 순간, 그 신앙의 정도가 그대로 유지되기는커녕, 조금씩 식어가고 끝내 사라져가는 경우를 우리 자신 또는 주위에서 확인하며, 결국 냉담의 상태에 이르는 가슴 아픈 현실도 목격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쉬고 싶은 유혹을 떨쳐가며 쉼 없이 기도하고 사랑 실천에 임할 때, 그 안에서 진정한 기쁨과 보람을 느낄 때, 따라서 더 기도하고 더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증폭될 것이기에, 너희가 되어서 주는 만큼 되어서 받고 거기에 더 보태 받을 것임은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메시아를 등불로 받들어 모시고 사는 신앙인들, 메시아로부터 구원을 이미 약속받은 신앙인들입니다.

이 등불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신앙생활, 더 기도하고 더 실천하는 신앙생활을 자랑해야 할 것입니다.

등불 하나하나는 아무리 작고 초라해 보여도, 하나하나 모이면 세상은 분명 더욱 밝아지고, 살맛 나는 세상 곧 구원의 나라로 변화되어나갈 것입니다.

세상과 인류 구원이라는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며 실천하는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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