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총이 가득하신 분
[말씀]
■ 제1독서(창세 3,9-15.20)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악에 대해 묵상하면서, 히브리인 저자들은 원죄에 관한 기사를 통해서 인간의 근본적인 모순을 기술한다. 그러나 이 저자들은 또한 이 악이 정복될 때를 내다보면서, 그 반전의 때를 매우 비유적인 필체로 묘사한다. 이때는 역설적으로 남자(아담)가 잘못의 책임을 짊어지게 한 바로 그 여자(하와) 덕분에 다가올 것이다.
■ 제2독서(에페 1,3-6.11-12)
시초부터 하느님의 계획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다. 은총은 악에 의해 파괴된 부분을 서서히 재건하며, 성부에 대한 성자의 진정한 관계를 재정립하면서 인간실존의 변화를 이루실 예수님께로 인간을 인도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다시 온전히 일으켜 세우는 하느님 사랑의 흐름 속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며, 이는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되던 순간 그러했던 것과 같다.
■ 복음(루카 1,26-38)
하느님은 인간의 기대나 관점을 초월하여 신묘한 방법으로 당신을 인간에게 드러내시며 현존하신다. 비천한 한 여인, 그러나 당신의 말씀에 온전히 열려 있던 신심 깊은 동정녀 마리아를 통해서 하느님은 몸소 당신의 ‘성전’을 마련하신다. 마리아는 그리스도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화해할 새 이스라엘의 백성의 참된 성전,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의 어머니가 되신다.
[새김]
■ 인간은 근본적인 모순 속에 잠겨 있는 실존이다. 사랑이라는 통로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는 하느님을 만나 뵙도록 초대되었으면서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온갖 시련들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하느님인 양 처신하는 우를 범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 너희 눈이 열려 하느님처럼 되어서.....”(창세 3,5)라는 유혹 앞에 늘 서 있는 존재이다. 바로 이것이 교회가 원죄(原罪)라는 이름을 부여한 현실이다.
■ 마리아의 모든 삶은 “하느님처럼 되려는” 인간의 욕망과 정반대되는 삶이었다. 그러기에 교회는 그분을 ‘원죄 없이 잉태되신 분’으로 선언하고 찬미한다. 시초부터 하느님의 은총은 마리아의 실존과 함께하고 그분을 이끌어 갔으며, 잉태 순간부터 그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분, 곧 주님의 광채로 휩싸이신 분이다. 그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으로 새로워진 창조가, 곧 새로운 세상이 열리며 다져지기 시작한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부족한 인간으로서 하느님을 섬김은 가장 큰 은총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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