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시기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첫 인물로 로마 군대의 백인대장을 만납니다. 100명의 군졸을 거느리는 지휘관이었으니, 나름대로 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이었지만, 집안에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이 문제가 잘 해결되리라 기대하였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아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으로 비참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실망하거나 체념하지 않고서, 자기의 세력 안에 있던 공간,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던 공간, 행복과 평화를 보장해준다고 믿어 온 공간, 편안했지만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공간이었던 자기 집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옵니다.
이 백인대장은 체면과 염치를 뒤로 하고, 대들 듯 곧바로 예수님께 다가가 도움을 청합니다. 도움을 청한다는 것은 이분이 나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신앙고백을 전제로 하는 행위입니다: “주님, 제 종이 중풍으로 드러누어 있는데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기가 막힌 일입니다. 아내나 자식, 부모나 가까운 친지가 병들었기에, 밖으로 나와 주님을 찾았던 것이 아니라, 한낱 종에 불과한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신앙의 영역에서 잣대를 들이대기 전, 그의 인성이 돋보입니다. 어찌 보면 바로 그 인성이 이 이방인을 주님께 다가설 수 있도록 이끌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인성은 다음 단계에서 빛을 더욱 발해, 신앙의 단계로, 신앙고백의 단계로 이끌어 갑니다: “내가 가서 그를 고쳐 주마” 하시자, 백인대장은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에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하고 고백합니다. 이 신앙고백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하는 주님의 말씀과 함께, 이 백인대장을 신앙인들의 모범으로 올려놓기에 이릅니다.
대림시기는 지금의 내 자리에서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는 삶, 좁디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가는 삶을 사는 시기임을 이 이방인 백인대장을 통해 다시금 배웁니다. 대림시기는 이 이방인 백인대장처럼 희망하고 믿는 시기임을 다시금 확인합니다. 대림시기는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하는 외침으로 우리의 신앙을 힘차게 고백하는 시기임을 가슴에 새기며, 성탄의 길을 항하여 오늘도 열심히 달려 나가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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