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주 증상은 “허리가 아파요.” 입니다. 언제 무엇을 할 때 제일 아프냐는 질문에 대해 가장 흔한 답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할 때” 또는 “양말이나 신발 신기 위해 허리를 구부릴 때” 아니면 “오래 앉아 있을 때” 등 다양합니다. 어떤 분들은 “하루에 1만~2만 보를 걷는데, 그러면 엉덩이 옆 부분이 아파와요.”라고 이야기합니다. 모두 근육이 유연하지 못해서, 굳어서 오는 증상들입니다.
우리는 늘 자기중심 입장에서 모든 사물을 봅니다. ‘내가 아직 젊은데’ ‘내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전에는 내가 얼마나 건강했는데’ 등등 현재의 증상이 자신에게 발생한 상황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움직이여 하는 듯이…. 어떤 이들은 ‘내가 가진 돈은 많으니 돈이 들더라도 안 아프기만 했으면…’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저는 다른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이야기합니다. ‘내가 아직 젊은데’라고 말하는 59세 남성이나 아직 할 일이 많다는 65세 여성, 전에는 건강했다는 72세 남성에게 공통적으로 제가 하는 말은 “허리 근육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입니다. 그간 60년, 64년, 70년간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해 준 허리 근육에게 감사를….
돈키호테가 타고 다니는 명마의 이름은 ‘로시난테’로 그 이름의 뜻은 ‘형편없는 늙은 말’ 입니다. 그런데 돈키호테는 자기 자신을 용맹한 젊은 기사로 착각한 것처럼, 자신의 말 역시 그에 걸맞은 강인한 명마로 생각하고, 거인으로 보인 풍차 공격에 나서기도 합니다. 우리는 돈키호테처럼 자신의 근육을 항상 젊은 명마로 착각, 더 빨리 달리라고 채찍질하는 것은 아닐까요?
신약 성경의 ‘돌아온 탕자’의 비유에서 우리는 세 부자(父子)를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혼자 집을 지킨 큰아들과 두 아들을 똑같이 사랑하는 아버지의 입장은 성경에 잘 나와 있지만, 둘째 아들은 오로지 방탕한 자로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아버지의 총애를 받는 형(이스라엘에서는 첫째에게 모든 특권이 주어지는 장자권(birthright)이 있습니다. 예: 야곱과 에사우)의 그늘 아래에서 평생을 지내야 하는 둘째는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집 밖에서 찾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아버지와 형의 보호 아래에서 누리기만 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독립해서 잘 살아갈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누릴 줄만 알지, 그에 합당한 수고를, 노력과 기여를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우리는 주위에서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근육(허리)은 우리를 위해 오랜 세월 묵묵히 일하면서 나이가 들었습니다. 이제 근육은 무리한 노동을 시켜서도 안 되며 틈틈이 스트레치 운동과 찜질로 그 유연성, 탄력을 유지해 주어야 합니다. 전에는 가벼운 기수가 젊은 말에 올라 날아다녔지만, 세월이 흘러 그는 비만한 몸이 되었고 말은 늙었는데, 예전에 잘 달리던 생각을 하며 오로지 채찍질만 가한다면 그 말은 곧 쓰러져 누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글ㅣ김용민 베드로(국립경찰병원 정형외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