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전례력으로 연중 마지막 주일을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지냅니다. 복음에 나오는 군중은 예수님의 기적을 보고 왕 또는 메시아로 모시려고 애썼지만, 예수님은 항상 그런 상황을 피해 다니셨습니다. 유대인들은 그들을 위해 싸우고, 이기고, 보호해주는, ‘승리의 왕’을 기다렸지만, 예수님은 사실상 그들의 기대에는 관심 없는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은 폭정의 왕이 아니라 자비의 왕, 사랑의 왕, 평화의 왕, 섬기는 왕이십니다.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분의 왕관은 화려한 금관이 아닌 고통의 가시관이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예수님은 왕이면서 마당쇠입니다. 그리고 마당쇠이면서 왕입니다. 그분은 아름다운 하느님의 나라를 백성과 함께 건설하고자 하십니다.
그럼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왕이신가요? 그렇다면 백성인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그분의 말씀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우리에게는 그분의 말씀이 하느님의 참된 백성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주는 지침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을 따르며 살고 있는지? 예수님을 왕으로 섬기고, 그분의 백성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예수님은 백성을 진정으로 섬기는 왕이십니다. 백성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던 분입니다. 우리를 대신하여 희생하신 그리스도의 삶이, 그분의 백성인 우리의 삶이어야 합니다. 우리의 왕은, 우리를 위해 가진 모든 것을 내어놓으셨습니다.
예수님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셨고, 섬기는 왕으로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랑의 하느님이시기에, 백성인 우리를 섬기러 오셨습니다. 백성 위에 군림하고, 통치하고, 세상의 권력과 돈 명예를 섬기는 왕이 아니라, 자비와 용서 그리고 봉사의 왕으로 오셨습니다. 우리의 왕은 백성을 해방의 길로, 정의와 평화의 길로, 진리의 길로 이끌고, 아픈 이들을 치유해주시며, 사회에서 낮은 취급을 받았던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높이고, 평등한 사회를 원하고, 가난한 이들 억압받는 이들 편에서 싸우고, 위선적인 종교 지도자들을 꾸짖는 분이십니다.
진리를 실천하고, 진리를 증거하러 왔다고 하신 예수님은, 진리의 왕, 정의의 왕, 용서의 왕이시며, 우리를 살리시는 분, 참된 자유를, 행복을 누리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7b).
글ㅣ임영원 인바라치 미카엘 신부(이주사목위원회 안산 엠마우스 공동체 - 말씀의 선교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