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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의 얼굴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9-01 16:25:43 조회수 : 546

얼마 전 수원교구 홍보국에서 문자 하나를 받았습니다. 수원주보에 실릴 신앙에 관한 글을 4회 분량으로 써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그런 주보에 글을 기고할 만큼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또 신앙에 대해서도 그리 돈독한 사람이 못되는지라 쉽게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게 행복인 사람이라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이렇게 써 봅니다. 먼저 글을 쓰기 전에 신앙에 대해 생각해 보니 신앙이라는 말이 이제껏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 쉽게만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냥 신자로서 하느님을 믿는다는 게 신앙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평소 알지 못했던 신앙의 신비로움으로 여기까지 왔음을 차츰차츰 알게 되었고, 이 글을 쓰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더욱 성숙한 신앙심을 가져보고자 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로 하여금 비로소 신앙생활을 새롭게 하라는 주님의 은총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태어나자마자 경기(어린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 ()으로 인해 갑자기 의식을 잃고 경련하는 병증)를 앓아 뇌성마비 장애가 왔습니다. 자라면서 몸은 흐느적거렸어도 성격은 밝아서 밖에 나가 잘 놀았고 또래들과 똑같은 나이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집에서 학교가 꽤 멀었는데 어머니께서는 매일 저를 등에 업고 다니셨습니다. 그런 몸이었으나 중학교를 들어갈 무렵엔 뜀박질까지 하게 되어 방과 후에 애들과 공도 찰 정도로 신체적으로 양호해졌습니다. 하지만 언어 구사는 평생 힘들더라고요.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온몸이 경직될 정도로 힘이 들어 어쩌면 그래서 지금 글쟁이가 된 게 아닌가 생각될 때도 있답니다. 유독 한()이 많으신 어른들이 그런 얘기들을 하시잖아요. 지금껏 살아온 이야기를 책으로 엮는다면 소설책 몇 권은 되겠다고 말입니다. 저도 그 정도는 아니어도 제 이야기들을 글로 남겨 놓고 싶은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원래 저희 집안은 종교가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집 근처에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주일에 친구들이 다니는 걸 보고 교회에 입문해 처음 예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제가 고등학교 때는 그 교회 여름성경학교 교사까지 되었는데 언어장애가 심하다 보니 스케치북에 글과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한테 성경 말씀을 가르친 기억도 납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졸업 후 나름 먹고사는 일에 매진하다 보니 자연히 교회 친구들과는 멀어졌고, 교회 다니는 것도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가 젊은 시절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 한동안 빈둥대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중학교 동창 친구가 자기가 다니고 있는 성당에 같이 나가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성당에 나가게 됐지요. 그해 크리스마스 날 많은 예비 신자들과 함께 세례를 받았고, ‘스테파노라는 멋진 세례명도 얻었습니다. 그 이름을 정한 이유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스테파노가 좋아서였는데 돌에 맞아 죽으면서까지 천사의 얼굴이었다는 대목이 뼛속 깊이 각인되어 있었던 터라 그 이름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글ㅣ윤정열 스테파노(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나타샤가 있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