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말을 종종 떠올리게 됩니다. 주변과 비교되는 상황에서 조급함에 무언가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리고는 남들이 많이 한다는 일에 뛰어들거나 이루지 못할 계획들만 잔뜩 쌓아놓고, 무언가를 바쁘게 진행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그저 덜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일과 상황에 진척은 없고 앞길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의욕을 잃은 채 마냥 해오던 것을 습관처럼 반복하거나, 더 이상 움직일 원동력을 잃고 번아웃 상태가 되어 방향을 놓치고 멈춰버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일상생활도 그렇지만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세례를 받고 공동체에 몸을 담은 채 한해 한해 무언가 많은 것을 경험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불현듯 자신 안에서 올라오는 답답함과 불신, 미움 등의 감정을 발견하게 되면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누구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고생할까? 등등…. 내 안에 남아있는 혼란함과 무질서, 허무함이 다른 어떠한 것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도록 막아섭니다.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일까요? 내 자신이 본래 찾아 나선 사랑과 평화는 어디에 있을까요?
복음에서 예수님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써라.”(루카 13,24) 라고 말씀하십니다. ‘좁은 문’이란 어떤 것일까요?
구원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된 이 대답은 바로 ‘예수님 자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본문이 그려내듯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시는 동안 여러 고을과 마을을 지나며 많은 사람을 만나셨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을 만난 그 수많은 사람 중에 진정으로 당신의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나선 사람도 보았을 것이고, 반면에 그저 유명세에 대한 호기심으로 혹은 자신 안에 있는 욕망을 실현하고자 당신을 찾는 사람도 보았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 앞에서 먹고 마셨다’라는 자신들의 즐거운 체험도, ‘주님께서 자신들이 사는 길거리에서 가르치신’ 과거의 관계와 기억도 아니라는 걸 우리는 배우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Here and Now) 주님께서 원하신 길, 바로 당신과의 인격적 만남이 신앙의 근간을 이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통해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가길 바라며 진정성 있게 신앙의 여정을 걸어야 하겠습니다.
글ㅣ박유현 빈첸시오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