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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에게서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2-08-19 09:08:51 조회수 : 450

위로받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지인의 손길과 닿을 때가 되기도 하고 스치듯 오가는 어느 골목길과 마주할 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름 모를 들꽃을 마주할 때가 되면 더욱 그 느낌이 남다릅니다. 대개는 처음 가는 낯선 들 또는 산길에서 자주 접하게 됩니다. 대부분 화려하지도 않은 색깔에 시선을 끌만한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것도 아닌데 마주하고 있으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집니다.

 

이름 없는 들꽃은 정말이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니 어떨 때는 아예 세월아 하고 시간을 보내는 날도 꽤 있었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다른 곳으로 시선 돌릴 일 없이 진득하게 서 있는 그때가 참 좋습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탓입니다. 어지러운 일상을 내려놓고 입도 지그시 다문 채 그저 느끼는 건 작은 평온입니다. 고요한 바다에 몸이 젖어 드는 느낌이랄까요. 내 성정이 평화로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들꽃 자체의 기운으로 내가 평온을 얻기에 그러합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자리에서 세상을 이루는 하나의 존재로 당당히 서 있는 들꽃이, 그 수많은 들꽃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줍니다. 달리 생각해 보면 세상 어디에도 하찮은 존재가 없다는 것을 그 작고 이름 없는 들꽃에서 배우는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지천명을 훌쩍 넘어 어느새 지난 삶을 깊이 되돌아보는 날들이 늘어가는 요즈음.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업수이 여기거나 함부로 대한 적이 있었는지도 자꾸만 살펴보게 됩니다.

 

세상에 내보여 자랑할 만한 삶이 못되는 탓에 후회나 반성을 이루어야 할 허물들이 꽤나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이 시간 역시 못내 아플 일만은 아닙니다. 가만히 나 자신과 마주하면서 또 한 번의 내적 성장을 이루는 시간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이름 없는 들꽃 하나를 삶의 스승으로 삼으면서 말입니다.

 

·사진ㅣ임종진 스테파노(사진 치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