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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의 무덤 앞에서... 성 바오로 대성당 (Basilica Papale di San Paolo Fuori le Mura)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4-25 08:36:41 조회수 : 83

“그는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사도 9,15 참조). 타르수스 출신의 앞길이 빛나던 청년 사울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 위에서 ‘진정한 빛’을 만난 후 극적인 회심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살았습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따르는 사도로서 쉼 없는 열정으로 복음 선교에 힘쓰며 제국 전역에 교회(Ecclesia)를 세우시고 돌보시던 바오로 사도의 그 위대한 여정은 제국의 심장인 로마에까지 이르렀고, 그 한가운데서 순교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가 흘린 순교의 피는 교회 전체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명으로 바오로 사도의 무덤 위에 세워진 대성전은 1823년에 일어난 대화재에도 불구하고 원형대로 복원되어 1,7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대성당 외부 회랑 정원에는 성 바오로 사도의 대리석상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수많은 ‘희망의 순례자들’을 맞이하고, 그 뒤쪽 상단에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베드로 사도, 바오로 사도의 모자이크가 금빛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희년 성문을 통해 대성전 안으로 들어서면, 대리석 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빛 속을 걸어 ‘교황님의 제대’를 향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교황님의 제대 앞쪽에 있는 계단을 내려가면 바오로 사도의 무덤 앞에 서게 됩니다. 희년을 맞아 대사의 은총을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자비에 감사를 드리며, 짐벌을 없애주신 것에 대한 기쁨을 만끽해봅니다. 그리고,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나는 어떤 그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바오로 사도의 무덤 앞에서….


사도의 무덤에서 올라와 앱스(Apse)의 그리스도 모자이크를 올려다보면 오른편에 베드로 사도를 필두로 역대 교황님들의 모자이크 초상이 성전을 휘돌아 자리하고, 그 위쪽으로는 바오로 사도의 생애가 프레스코화로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희망의 순례는 희망을 잃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거룩한 여정임을, 바오로 사도께서 몸소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멀지 않은 곳(약 5km)에 트라피스트 수도원이 있는데, 이곳에 사도의 목이 떨어져 세 번 튄 곳마다 샘이 솟았다는 바오로 사도의 참수터 성당(Tre Fontane-세 샘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희년 성당으로 지정된 성지이지만 순례자들이 많이 찾지 않아 조용히 기도하기 좋은 곳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순교 성화 앞에서 기도 중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피로써 증거한 바오로 사도의 신앙과 사랑이 샘이 되어 지금도 흐르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