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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궁녀, 전경협 아가타(축일 9월 20일)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4-04 09:58:25 조회수 : 38

전경협(1787~1839)은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생활이 어려워졌습니다. 한 궁녀가 전경협을 데리고 궁에서 살았는데, 전경협은 궁녀 박희순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박희순이 천주교에 입교하자 전경협도 따라 입교했습니다. 당시 궁에서는 각종 미신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박희순은 교리에 어긋난다며 병을 핑계로 궁을 나왔습니다. 전경협도 박희순을 따라 궁에서 나오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비신자였던 오빠가 관직에 있어 못살게 굴 것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경협은 이를 각오하고 병을 핑계 삼아 궁을 나왔습니다. 박희순 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았습니다. 몸이 약했던 전경협은 갖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며 신앙생활을 했고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외인들이 보고 감동해 천주교에 적잖이 입교했습니다. 

박해가 심해졌습니다. 전경협은 포졸들이 체포하러 올 것을 알고도 태연히 박희순 집에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전경협과 박희순은 함께 붙잡혔습니다. 전경협은 궁녀였기에 포도청에서 심하게 신문을 받았습니다. 재판장이 “너는 궁녀인데 어째 사교(邪敎)에 빠졌느냐?”라고 묻자, 전경협은 “천주는 만물의 임금이시니 천주를 흠숭하고 섬기는 것은 당연하오.”라고 대답했습니다. 재판장은 전경협을 배교시키려고 혹독하게 고문도 하고, 감언이설로 설득도 했습니다. 그러나 헛수고였습니다. 전경협은 형조로 보내졌습니다. 형조판서가 직접 신문했습니다. “너는 궁녀인데 왜 나라가 금하는 사교를 추종하느냐? 어서 배교하라!” 이에 전경협이 “만 번 죽어도 그렇게 할 수 없소.”라고 대답하자, 세모진 방망이로 수없이 때렸습니다. 전경협 몸의 살점이 떨어지고 뼈가 부러졌으며 피가 바닥에 고였습니다. 그런데도 얼굴빛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극악한 고문으로 몸이 만신창이 되었으나 감쪽같이 다 나았습니다.

전경협의 오빠는 동생이 자신의 벼슬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 동생에게 여러 번 배교하라고 강요했습니다. 동생이 생각을 바꾸지 않자 오빠는 동생을 죽이려고 독이 든 음식을 감옥으로 보냈습니다. 전경협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은비녀로 음식을 찔러보았습니다. 비녀 색이 검게 변하자 그 음식을 버렸습니다. 오빠는 이를 알고 더욱 악랄한 방법을 썼습니다. 형리에게 돈을 주고 매질해 죽여달라고 했습니다. 돈을 받은 형리는 전경협을 심하게 매질했습니다. 그러나 죽지 않았습니다. 전경협은 오빠 때문에 감옥에서 영광스럽게 순교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경협은 칼을 받아 순교하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그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전경협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서울 서소문 밖에서 형이 집행되었습니다. 망나니가 칼로 전경협의 목을 내려쳤습니다.  전경협은 소원대로 칼을 받고 거룩하게 순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