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3-07 09:16:24 조회수 : 93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예수님이 악마로부터 유혹을 당하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흘도 아니고 사십 일 동안, 게다가 아무것도 잡수시지 않은 고행까지 겹쳐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감내하셔야 했을 고통과 번민은 참으로 컸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예수님께서 악마에게 대항하여 하신 말씀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셨기에 그 정도의 고통과 유혹은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오히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인정하지 않는 말씀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예수님께서는 참 하느님이셨지만 엄연히 참 인간이셨고, 그분이 감내하셨던 고통의 크기는 평범한 사람들이 느꼈을 그것과 특별히 다른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부정하는 분이 아니십니다. 예수님의 응답 중 하나인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는 말씀을 함께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으며, 결코 “빵 ‘없이’ 살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십 일 동안 단식하셨던 예수님께서 가장 갈망하셨고, 또 가장 필요로 하셨을 그 ‘빵’을 우리는 각자 욕구하는 대상으로 바꾸어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돈, 집, 학위, 성적 등 그 밖의 다양한 것으로 말입니다. 물론 그것들이 있으면 우리 삶이 더 풍족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되고, 부족함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빵’만이 모든 것이 될 때 사람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를 주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돈 몇 푼에 울리는 고성, 학업에 지친 아이들의 텅 빈 눈빛, 끊임없이 이어지는 줄 세우기 등 ‘빵’만이 정답이 되는 세상은 다툼과 분열이 가득하여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천국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께 질문을 드려 봅니다. ‘주님,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라야 하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그 답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하느님을 믿고 당신을 따라오라.’라고 말입니다. 악마가 당신 앞에 늘어놓은 온갖 유혹 앞에서, 예수님은 그것들을 당신과 하느님의 관계 안에서 생각하십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보게 된 하느님의 생각과 뜻을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서 ‘사랑’이라는 단어로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미움이 들이닥치더라도 한 번 더 기도하고, 내 배만을 채우기보다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줄 줄 알고, 당신의 이익과 영광만이 아니라 아파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셨던 분의 삶을 통해서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러한 예수님을 다시 살리시고 우리 구원의 보증인으로 세워 주셨습니다. 우리는 사람인지라 유혹받으며 때로는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예수님처럼 올곧이 하느님을 바라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수님처럼 사랑이신 하느님을 삶 안에서 담대하게 외칠 수 있는 은총을 기도 중에 청해보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