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루시아 루치아(1818~1839)는 강원도 강촌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천주교를 알게 되었고 아홉 살에 입교했습니다. 대모는 정하상의 여동생 성녀 정정혜 엘리사벳이었습니다. 루치아는 성격이 온순하고 용모도 아름다웠습니다. 열네 살 때는 자신을 온전히 천주께 바치고자 ‘동정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루치아는 의지할 데가 없어 여러 교우 집을 전전했습니다. 성녀 이매임, 성녀 이정희, 성녀 이영희, 성녀 허계임에게 신앙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들과 박해와 순교 그리고 천국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루치아는 ‘순교’하여 신앙을 증거하기로 결심하고 포도청을 찾아갔습니다. ‘천주교 교인’이라고 밝히자 바로 체포되었습니다. 두 손이 결박된 채 포도대장(포장)의 심문을 받았습니다.
(포장) “너는 용모도 아름다운데 왜 사교(邪敎)를 믿느
냐? 배교하라. 그러면 살려주마.”
(루치아) “배교는 못 하겠소.”
(포장) “배교할 수 없는 이유를 대라.”
(루치아) “천주님은 세상과 사람을 만드셨소. 착한 사람
에겐 상을 주고 악한 사람에겐 벌을 주시니 배교
할 수 없소.”
(포장) “교리를 누구에게 배웠느냐? 교우들을 대라.”
(루치아) “교리는 어머니에게 배웠소. 교우들은 나에겐
은인이기에 댈 수가 없소.”
(포장) “죽음이 두렵지 않느냐?”
(루치아) “죽음은 두려우나 천주를 위해서라면
나의 목숨을 바치고 새로운 생명을 얻길 원하오.”
(포장) “천주를 본 적이 있느냐?”
(루치아) “나는 천주께서 창조하신 세상 만물을 보고 천주
께서 영원히 살아계심을 믿소. 임금님과 신하들
도 천주교를 배운다면 기꺼이 믿게 될 것이오.”
루치아의 답변과 용기에 감탄한 포장은 죽이기가 아까워 그녀를 설득했으나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결국 형조로 보내져 심한 고문을 받았습니다. 루치아는 자신이 포장과 문답한 것을 글로 써서 여러 교우에게 전했습니다. 교우들은 그 글을 읽고 ‘용기’를 냈습니다. 또한, 감옥의 굶주린 교우를 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팔아서 먹을 것을 마련해주었습니다. 김루시아 루치아는 스물두 살의 젊은 나이에 서소문 밖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했습니다.
“나는 천주의 은혜로 형벌과 고통을 당하고도 배교하지 않아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천주께서 언제 나를 부르실지 모릅니다. 그러니 순교자를 위해 빌어주시고 순교자의 뒤를 따르십시오.”(김 루치아의 옥중 편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