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루가(Beluga)’를 아십니까? 흰고래입니다. 아주 귀여운 녀석이죠. 온순하고 호기심도 많아서 처음 본 사람하고도 곧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많아요. 수족관에 가보면 벨루가 앞에는 늘 아이들이 넋을 잃고 앉아 있곤 하죠. 그런데 이 귀여운 친구가 지금 북극에서 아주 곤욕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벨루가를 괴롭히는 범인은 ‘북극곰’입니다. 콜라를 좋아할 것 같은 녀석인데 사실은 아주 힘이 센 맹수 중 하나이죠. 이 녀석이 지금 북극에서 호시탐탐 벨루가를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동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약육강식’은 당연하기에 북극곰이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죠. 그런데 우리가 짚어보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더군요. 원래 북극곰의 주 먹잇감은 물개와 물범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북극곰이 이들을 사냥하기 위해선 발을 디딜 ‘땅’이 필요해요. 북극에서 그 땅은 ‘해빙(海氷)’이죠. 그런데 이 해빙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해빙이 없는 기간은 6주 정도인데 이 기간이 2개월로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니 북극곰은 참 난처할 수밖에요. 배고프게 지내야 하는 시간이 6주에서 두 달로 늘었으니 말입니다. 어렵지만 벨루가라도 사냥하며 목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북극곰과 벨루가 사이에 이와 같은 묘한 긴장 관계를 불러일으킨 것은 결국 ‘지구 온난화’ 현상입니다. 지구 온난화란 아시다시피 지구 대기권의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지난 2021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현상의 원인은 자연이 아닌 ‘오직’ 인간입니다. 다시 말해 인간이 북극곰과 벨루가 사이를 망쳐 놓은 셈인 것이죠.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 우리들은 희년을 맞이하여 다시 한번 하느님께서 주신 아름다운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특별히 희년은 환경보전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레위기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이 오십 년째 해는 너희의 희년이다. 너희는 씨를 뿌려서도 안 되고, 저절로 자란 곡식을 거두어서도 안 되며, 저절로 열린 포도를 따서도 안 된다. 이 해는 희년이다. 그것은 너희에게 거룩한 해다. 너희는 밭에서 그냥 나는 것만을 먹어야 한다” (레위 25,11-12).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분부하시어 이처럼 희년에는 땅에 ‘휴식’을 주려 하십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에 필요한 것도 바로 휴식입니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은 자연을 혹사시켰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피로는 재앙으로 바뀌어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지요. 그렇기에 희년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연에 휴식을 선물하기 위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이기(利己)로 인해 북극곰과 벨루가 사이가 더는 나빠져선 안 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