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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2-07 11:24:06 조회수 : 122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일으키시는 기적을 체험합니다. 이미 밤새도록 고기를 잡기 위해 애썼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던 베드로의 입장에서 “깊은 데로 나아가 고기를 잡아라.” 하는 예수님의 말씀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렸을 수도 있습니다. 한평생을 호수에서 살아오며 언제, 어느 곳에서 고기가 많이 잡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었던 그였기에,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무시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다시 한번 고기를 잡으러 나섰고, 그물 가득히 걸린 물고기를 통해 예수님이 보통 분이 아님을 직감합니다. 이후 베드로가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베드로가 자신의 체험을 하느님과 연결 지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주님’이라고 부른 베드로가 이어서 꺼낸 말은 찬미나 감사가 아니었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것처럼, 베드로가 예수님께 느꼈던 지배적인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왜 베드로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체험을 하였음에도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일까요? 사실 두려움은 하느님을 체험한 성경 속 많은 이가 느꼈던 감정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받았던 수많은 예언자가 그러하였고, 물 위를 걸으시던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이 느꼈던 감정 또한 두려움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불신이라기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더 나은 적임자가 있지 않을까?’ 같은 자신감의 결여와 당혹감이 담긴 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제 성소의 여정이기도 하였습니다. 기도 중에 하느님으로 말미암아 기쁘고 가슴이 벅찼음에도, 수없이 제 마음은 ‘나처럼 부족한 사람이 사제가 되는 것이 맞을까?’, ‘주님께서는 내가 사제가 되는 것보다는 다른 길을 걷길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 모든 고민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제가 주님 앞에 서서 느꼈던 두려움이었고, 사제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기 위해 극복해야만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복음에서 베드로가 두려움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 않으셨듯이, 저 또한 그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나에게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 일을 시키시는 분인 예수님을 바라보게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불러주신 주님의 말씀을 따를 마음이 진정으로 있는가이지, 그 이외의 것들은 사실 주님께서 하시는 일일 테니 말입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은 저이기에 때론 고민하기도, 두렵기도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당차게 그분을 따라나섰던 베드로처럼 또 다시 주님을 따라나설 용기를 주님께 청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