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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칼을 받고 어린양처럼 순교한 이영희막달레나 (축일 9월 20일)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2-07 11:19:26 조회수 : 57

이영희(1808~1839)는 시흥의 한 가난한 양반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와 언니 그리고 고모는 열심한 신자(후에 이들은 모두 순교하여 성녀가 됨)였으나 아버지는 비신자로 천주교를 싫어했습니다. 아버지는 딸을 혼인시키려 했으나 딸은 동정녀가 되길 원했습니다. 이영희는 아버지가 승낙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집을 나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교우인 하녀에게 결심을 밝히며 “서울까지는 30리다. 나는 서울 가는 길을 잘 모른다. 아버지가 내일 서울에 가니 네가 그 뒤를 따라가며 자취를 남겨라. 나는 자취를 보고 따라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밤이 되자 이영희는 헌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입었던 옷을 가지고 집을 빠져나와 숲으로 들어가 몸에 상처를 내고 입었던 옷에 흘린 피를 묻혔습니다. 그 옷을 찢어 흩어 놓고는 날이 새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버지는 새벽이 되자 서울로 떠났습니다. 하녀는 따라가며 자취를 남겼습니다. 이영희는 그 자취를 따라 서울로 올라와 고모집을 찾아갔습니다. 고모는 조카의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고모집에 도착했고 이영희는 숨었습니다. 


집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찾을 수가 없자 애가 탔습니다. 삼촌이 소식을 듣고 와 숲에 가보니 피 묻은 옷이 있었습니다. 삼촌은 서둘러 고모집으로 가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큰일났습니다. 영희가 범에게 잡혀갔습니다.” 아버지는 기절했습니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아버지는 사냥꾼을 풀어 숲을 뒤졌으나, 딸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고모집에 무사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슬퍼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는 딸 소식을 사실대로 말해달라며 딸이 살아있다면 소원을 다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머니는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안도한 아버지는 고모집에 올라와 딸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이영희는 고모를 비롯해 여 교우들과 박해, 순교, 천국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자 ‘거룩한 열정’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래서 포도청을 찾아가 “나는 천주교인이요, 체포하시오.”라고 말했습니다. 포졸이 이를 믿지 않자 묵주를 보여주었습니다. 포졸은 이영희를 옥에 가두었습니다. 문초가 시작되었습니다. 천주교를 배교하라고 했으나 천주를 절대 배반하지 않겠다고 하자 몽둥이로 다리를 수없이 내려쳤습니다. 형조로 이송되어 문초를 받았습니다. 혹독한 고문이 가해졌고 사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영희는 서소문 밖 형장으로 끌려가 어린양처럼 목에 칼을 받고 순교했습니다.  


“순교자 옥에 갇혀도 양심은 자유로웠네

우리도 진리 위하여 주님께 생명 바치리”

(가톨릭 성가 286번 ‘순교자의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