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시간이 아쉽고 그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온 시간 속에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는 만날 수 없기에 지나간 시간은 아름답고 소중합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마련하신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과거를 딛고 오늘이라는 순간을 살아내야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의 서두에서 루카는 '테오필로스'라는 인물을 언급합니다. 부차적인 설명이 없기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테오필로스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복음에 등장하는 테오필로스는 특정한 인물일 수도 있지만, 말씀을 듣는 우리 모두를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테오필로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기도 한 오늘, 우리는 복음이 전하는 메시지를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우리가 듣는 성경 말씀이 바로 말씀이신 예수님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말씀은 죽어있는 문자가 아니라 살아 숨 쉬며 약동하는 생명입니다. 따라서 말씀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 안에서 성장시키고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말씀을 듣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말씀을 섬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이사야 예언서의 말씀을 선포하십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잡혀간 이들과 억압받는 이들에게는 해방을, 눈먼 이들에게는 구원의 빛을,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는 예언자에 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말씀을 통해 당신께서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메시아임을 분명히 밝혀주십니다. 말씀의 선포와 그분께서 행하신 일들을 통해 구약에 기록된 예언이 실현되었습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오늘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것은 현재의 시간 안에서 일어날 구원의 사건입니다. 우리가 머물러야 할 곳은 반성과 그리움으로 가득 찬 과거가 아닙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마련하신 새로운 오늘을 살아가야 합니다. 주님께서 선포하신 기쁜 소식과 해방, 은혜로 가득 찬 순간들은 우리가 선물로 받은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선포하시는 모든 말씀의 종착점은 사랑입니다.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서는 그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주십니다. 이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을 삶으로 옮기는 것은 우리에게 달린 몫입니다.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간, 말씀을 통해 주어진 오늘이라는 도화지 속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영적인 수채화를 그려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