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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戒嚴)과 희년(禧年)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1-17 09:56:18 조회수 : 108

계엄(戒嚴). 경계할 ‘계’에 엄할 ‘엄’이 붙습니다. 엄하게 경계하라는 뜻이죠.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1항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전시(戰時)란 전쟁이 벌어진 때를 의미합니다. 사변(事變)이란 한 나라가 선전 포고도 없이 침입하거나 혹은 경찰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무력이 난무하는 그러한 상황을 이야기하죠. 지난 2024년 12월 3일엔 전쟁이 일어나지도, 누군가가 우리나라에 침입하지도 않았습니다. 폭도들이 거리를 점령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대통령은 그날 밤,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대통령에게는 그날 밤의 우리나라가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였다는 것인데요. 그게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희년(禧年). 복을 의미하는 ‘희’자가 붙는 한 해입니다. 말 그대로 복된 하느님의 은총이 넘쳐나는 일 년이죠. 지난 2024년 12월 24일, 교황님께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성년 문을 여는 것으로 희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복된 시간에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희망(希望)’을 노래하십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2025년 희년을 관통하는 로마서 5장 5절의 말씀입니다. 희망은 무엇입니까? 교황님께서는 희년 선포 칙서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일 무슨 일이 닥칠지 알 수 없지만, 희망은 좋은 일이 생기리라는 기대와 바람으로 저마다의 마음속에 자리합니다.” 희망은 과연 그렇습니다. 지금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살게 하는 힘입니다. 지금 아무리 괴로워도 나를 웃게 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그 힘의 중심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이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로마 5,2). 


정말로 우리가 모르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사태였든, 아니면 권력자가 자신의 목적을 관철(貫徹)하기 위해 감히 국민의 자유를 폭력으로 제한하려 하였든, 어쨌든 우리는 ‘계엄’이라는 어둠의 시간을 겪었고 아직도 그 그늘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두운 그 시간에, 세상에서 가장 밝은 ‘희년’의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던가요? 계엄의 밤이 너무 어두웠기에 하느님의 빛이 얼마나 밝은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불의(不義)가 너무 차가웠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이 얼마나 따뜻한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희망은 우리를 살게 합니다. 이 복된 희년에 정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희망을 통하여 우리를 살게 하실 것입니다. 불의는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만,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