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성가정은 어떤 모습인가요? 아마도 각자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성가정의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성가정을 생각하면 가족이 함께 모여 묵주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마다 생각하는 성가정의 모습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목’입니다. 우리가 떠올리는 성가정은 모두 화목한 모습입니다. 아무도 가정의 불화를 마음속에 떠올리지 않습니다.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향해 성가정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자신이 가정 안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할지라도, 마음만은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성가정은 늘상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정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치열하고도 처절한 아픔 속에 있는 가정입니다. 그러한 아픔 속에서도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을 찾아 나가는 가정이 바로 성가정입니다.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22-40).
시메온의 예언처럼 예수님과 성모님, 요셉이 이루신 ‘성가정’의 삶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 여인이 아기를 잉태하여 파혼 위기를 겪었고, 임금의 폭정에 갓난아이를 데리고 피난길에 올라야 했습니다. 축제일이 다가와 가족이 모두 함께 예루살렘으로 올라갔지만, 수많은 인파 속에 아들을 잃어버리고 사흘 만에 찾았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뿐인 아들이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던, 어머니의 처절함도 있습니다. 화목한 가정으로 대표되는 성가정이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고,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겨야 했습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모든 가정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위로합니다. 그리고 희망의 표징이 되어줍니다. 오늘날 가정 공동체가 겪고 있는 위기와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함께해야 한다.’라고 말입니다. 과거에 비해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이 많이 사라졌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생활이 있고,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함께 모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해야 합니다. 함께 모여 기도하는 그 순간 안에 함께 모여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 안에, 하느님께서 활동하시기 때문입니다. 가족 구성원이 함께 모여 나누는 시간을 보낼때 가정은 자연스럽게 위기를 극복하게 됩니다.
그동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면, 일상에 지쳐 간단한 안부조차 나누지 못했다면, 오늘은 용기를 내어 가족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