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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맞이하는 정성 어린 마음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4-12-19 17:11:11 조회수 : 62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사목했던 본당에서 ‘가정방문’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사제가 집을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우셨을 텐데도 기꺼이 맞아주셨던 교우들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감사한 마음을 더 갖게 됩니다. 그때 많은 교우가 저에게, “신부님이 오신다고 해서 ‘거실’을 깨끗하게 정리했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저는 “제가 예전에 부모님 집에서 살 때, 부모님 집 ‘거실’도 자주 어질러져 있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신학생 시절, 방학을 맞이해서 부모님 집에 돌아가면, 거실은 제 ‘짐’으로 인해 다소 어질러지곤 했습니다. 거실 한구석에는 저의 옷과 다른 일상용품이 항상 널브러져 있었죠. 

10년 전 어느 날, 학기 중에 잠시 부모님 집에 들렀던 적이 있는데, 거실이 평소와 다르게 ‘말끔히’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낯선 모습에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집 안에선 아버지, 어머니, 매형, 누님까지 ‘먼지 한 톨’ 남기지 않겠다는 듯이 열심히 쓸고, 닦고,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조카가 곧 세상에 태어나, 1년간 부모님 집에서 지낼 예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모님 집에 있을 때에는 정리가 안 되었던 거실을, 아기를 기다리며  깨끗이 청소하던 가족들의 모습이 ‘대림 시기’가 되면 종종 생각납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 예고 소식을 접한 성모님께서 엘리사벳 성녀를 찾아가십니다. ‘홑몸’이 아니었음에도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나 엘리사벳 성녀를 찾아가심은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려는 ‘성모님의 의지’가 담긴 모습입니다. 얼마 후에 두 분은 만났고, 엘리사벳 성녀가 성모님께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여기에서 ‘복되다.’(εὐλογέω)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건네는 인사치레나 ‘부럽습니다.’ 정도의 말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내렸음을 인지했을 때 나오는 표현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성모님께서 ‘복되실 수 있음’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닌, 약 한 달 전에 기념했던 ‘복되신 동정녀의 자헌 기념일’의 의미처럼, 성모님이 예수님을 잉태하시기 전부터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받아들이려는 삶을 사셨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아기 예수님이 우리에게 찾아오십니다. 곧 세상에 태어날 아기를 맞이하기 위해 온 집안을 쓸고, 닦고, 정리하며, 기쁨과 설렘에 차 기다리는 가족의 그 마음으로, 남은 대림 시기를 보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