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위 복자 시복 10주년 기념 담화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성을 기원하며
(2024년 8월 16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한국 천주교회의 큰 기쁨이요 영광인 124위 순교 복자가 탄생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2014년 8월 16일, 그날의 감격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순교자들의 피는 그리스도인들의 씨앗”이라는 테르툴리아누스 교부의 말씀대로 한국 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의 피에서 태어났고, 순교 영성을 토대로 성장하였습니다. 순교자들의 꽃으로 피어난 신앙의 후손들은 오늘날 대략 60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는 신앙의 씨앗을 끝까지 지켜 내고 살아온 지금 영광스럽게도 103위 순교 성인과 124위 순교 복자를 얻는 기쁨을 맞이하였습니다.
시복식 이후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124위 순교 복자의 삶과 순교 정신을 조금씩 더 깊이 알아 가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뜻밖에도 2021년에는 초남이 성지 인근 바우배기에서 1791년 신해박해 때 순교한 윤지충 바오로 복자와 권상연 야고보 복자, 그리고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헌 프란치스코 복자의 유해가 발견되었습니다. 세 분의 복자가 순교한 뒤 230여 년 만의 발견으로, 참으로 놀라운 ‘기념비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표징은 하느님께서 124위 순교 복자의 시성을 준비하는 한국 교회에 주신 특별한 선물, 시복을 넘어 시성을 위한 현양 운동의 때가 무르익었다는 표징으로 우리에게 마련하여 주신 선물이라 여겨집니다.
한국 교회는 2024년 올해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10주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124위 순교 복자들의 시성을 위하여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시성에 직접적으로 요구되는 조건은 124위 순교 복자 가운데 어느 분의 이름으로든 전구를 청하여 얻게 되는 한 건의 기적적 치유 사례를 입증하는 것입니다. 230년 만에 한국의 첫 순교자들의 유해를 찾게 된 기적처럼,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간절한 기도와 정성에 대한 응답으로 치유 기적의 은총도 베풀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24위 순교 복자의 시성을 위해서 주교회의에서 2014년 제정한 ‘124위 한국 순교 복자 호칭 기도’를 활용해서 열심히 기도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전국의 124위 순교 복자 관련 성지에서도 순례자들에게 이 전구 기도를 안내하고 함께 기도하여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시복 미사 강론에서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그 동료 순교자들이 남긴 유산, 곧 진리를 찾는 올곧은 마음, 그들이 신봉하고자 선택한 종교의 고귀한 원칙들에 대한 충실성, 그리고 그들이 증언한 애덕과 모든 이를 향한 연대성, 이 모든 것이 이제 한국인들에게 그 풍요로운 역사의 한 장이 되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풍요로운 유산을 이어받아 실천하는 것이, 바로 124위 순교 복자들이 신앙의 후손인 우리에게 기대하는 참신앙인의 모습일 것입니다.
우리는 마땅히 우리가 받은 유산을 기억하고 지켜 나가며, 더 나아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순교 정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여야 하겠습니다. 시복 10주년이 되는 오늘 특별히 우리는 이러한 다짐과 결심을 새롭게 하고자 합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와 103위 순교 성인과 124위 순교 복자의 기도를 통하여 우리의 다짐과 지향이 하느님 안에서 좋은 열매로 맺어질 수 있기를 청합니다.
2024년 8월 16일
124위 순교 복자 시복 10주년 기념일에
한국 천주교 주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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