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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25 조회수 : 1191

2024년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 경청과 식별로 동행하는 수원교구!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친애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부활하시어 함께 걸으시는 주님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모습은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 부활절을 맞는 우리 모습을 보여 줍니다. 두 제자는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에 해방과 구원을 가져다주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처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기대와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침통한 표정으로 힘없이 엠마오를 향해 뚜벅뚜벅 걷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수님께서 다가오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시며 말씀을 건네십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그들 마음속 기다림과 희망, 좌절과 절망을 경청하고 함께 나누시며, 그들의 소중한 길벗이 되어 주셨습니다. 성경 말씀에 비추어 당신에 관한 일을 설명해 주시자 그들 마음은 뜨겁게 타올랐습니다. 집에 들어가 주님과 함께 빵을 나눌 때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보았습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32)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바로 오늘 부활하신 주님께서 함께 길을 걷는 아름다운 여정과 뜨거운 체험으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십니다. 


경청과 식별로 동행하는 수원교구

우리 교구는 2024~2026년 3년간 걸어갈 사목교서로 ‘경청과 식별로 동행하는 수원교구’라는 표어 아래 교구가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천 년 전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던 것처럼,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십니다! 환난과 시련이 아무리 크고 무겁다고 할지라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희망을 짓누를 수는 없습니다. 그 희망의 토대 위에 우리 교구의 복음화 여정을 걸어갑시다.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우리 가운데 활동하신다는 강한 확신은,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가도록 합니다. 때로는 그분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고 절망과 좌절 속에 헤맬 때도 있지만, 그분은 결코 우리를 버리거나 외면하시지 않고 늘 우리 길 가운데 함께 계시며, 우리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고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그렇기에 우리도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 형제자매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모든 이에게 희망이 되는 주님의 복음을 기쁘고 담대하게 전할 수 있습니다.


희망의 순례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25년을 희년으로 선포하시고 ‘희망의 순례자들’을 표어로 선정하셨습니다. 또한 2024년을 희망의 순례자들이 희년을 영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의 해’로 선포하셨습니다.

희년의 표어인 ‘희망의 순례자’는 교회가 코로나 감염병과 지구촌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 등으로 인해 절망에 빠진 인류에게 희망의 표징이 되어 주기를 당부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지향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고난을 겪으며 영광에 들어간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루카 24,26 참조) 환난과 역경 속에서도 굽히지 않고 끈질기게 인내로 버텨 내며, 희망을 자아내도록 하는(로마 5,4 참조) 희망의 증인입니다. 이 시대는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의 희망에 찬 증언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교구도 이러한 지향을 바탕으로 내년에 있을 희년을 영적으로 준비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전 세계 교회와 일치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탈종교 시대와 부활의 증인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사회에는 점차 탈종교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회·경제·문화적으로 개개인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진화하고, 각종 스포츠, 오락과 놀이(엔터테인먼트)가 전 세계에 ‘문화혁명’이라 불릴 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사회의 급속한 변화는 사람들을 종교에 무관심하게 만드는 직접적 원인이 됩니다. 무엇보다 탈종교화를 부추기는 가장 주된 원인은 과학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현상만 신뢰할 수 있고, 육체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만 믿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우리 부활 신앙에 큰 도전으로 다가옵니다.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한 다음에야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부활 신앙이 이 시대에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추구하는 삶이 진정 인간다운 삶인지 의문이기 때문입니다. 부활 신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희망을 둡니다(로마 8,24-25 참조). 그렇기에 예수님 부활의 첫 선포자인 베드로 사도는 오순절 설교(사도 2,14-36 참조)에서 “예수님을 하느님께서 다시 살리셨고 우리는 모두 그 증인”(사도 2,32)이라고 담대하게 선포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부활에 관한 성경의 증언만이 아닌,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뵙고 회개한 제자들, 좌절과 절망, 두려움과 죽음을 딛고 불멸의 희망으로 다시 일어나 세상 속으로 파견되어 복음을 선포한 제자들의 삶이야말로 부활의 또 다른 증거가 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우리 가운데 고통받고 있는 이들, 특히 두려움과 절망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의 불을 지펴 주기를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위로 삼아 큰 힘을 얻고 희망의 증인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24년 3월 3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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