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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예수 부활 대축일 메시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17-04-14 조회수 : 2590

2017년 예수 부활 대축일 메시지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말씀에서 사랑을! 성사에서 은총을!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여러분  가정에 충만히 내리시기를 기원합니다.
 
1. 부활 – 하느님의 사랑과 선택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하느님께서 죄로 말미암아 버려진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 섭리하신 ‘최고의 사랑’입니다. 한처음 하느님께서는 창조의 여정 안에서 당신의 지고한 사랑으로 인간을 빚어내셨습니다(창세 1,26; 2,7 참조). 그리고 인간으로 하여금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며 번성하게 하셨습니다(창세 1,28-30 참조). 피조물은 완전하신 하느님의 품위에 걸맞은 최상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하느님의 사랑을 저버리고 탐욕에 빠져 선악과를 따먹는 이기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인간은 죄와 죽음의 세력 아래서 종살이하는 비천한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로마 7,24 참조).
   그러나 인간을 사랑하신 하느님께서는 죄의 종살이에서 아파하며 신음하는 인간의 절규를 모르는체하지 않으셨습니다. 손상된 인간의 품위를 그대로 내버려 두시지 않으셨습니다(탈출 3,7-9 참조). 결국,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들어온 죄를 없애버림으로써 인간을 구원하고 인간 본래의 품위를 회복시켜 주기로 작정하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들어온 죄를 없애기 위해서는 그 어떤 피조물의 희생으로도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느님 자신이 희생제물이 되시어 죄의 세력으로부터 죽임을 당하셔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직접 인간이 되시어 그 죽음을 쳐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비로소 인간을 구원하시고 손상된 창조질서를 회복시키고자 하셨습니다(에페 2,1-10; 히브 5,1-10 참조).
   마침내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은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을 선택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보여주신 최고의 사랑이었고 최상의 선택이었습니다.


2. 죽음 – 이기적인 인간의 사랑과 선택
   하지만 아직 주님의 부활에서 오는 빛의 신비를 깨닫지 못하고 죽음의 어둠에 잠겨있는 인간은 여전히 삶을 근심하고 걱정해야 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모든 것을 무(無)로 돌려버리는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게 굴복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자신의 나약함에 두려워 떨고 있습니다(마태 8,24; 14,30 참조). 이러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역설적이게도 ‘생(生)에 대한 집착’으로 드러납니다(루카 12,16-21 참조). 인간은 더 오래 살고 싶어 하고, 더 건강하게 살고 싶어 하고, 더 많은 것을 누리며 살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서슴없이 이웃의 당연한 몫을 빼앗으며 자신에게 유리한 것들을 선택합니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고 억압하는 세상의 질서는 이러한 생(生)에 대한 집착과 끝없는 욕망 앞에서 더욱 공고(鞏固)해집니다. 비록 자신보다 더 강한 자 앞에서 비참하게 굴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은 나보다 약한 자를 지배하고 억누르면서 더 나은 처지를 도모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육강식의 오늘날 현실은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불안하게 합니다.
   약자의 희생을 대가로 얻어지는 이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강자에게 집중되면서 끝없는 희생을 양산합니다. 이러한 희생은 죽음의 문화를 확산시켜 온 세상을 깊은 어둠에 잠기게 합니다. 이로 인해 가치 질서가 혼란해지고 선과 악이 뒤섞여버린 오늘날에는 각 개인은 물론 집단적으로도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타인의 이익은 생각지 않는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결과로 이 세상은 이미 참된 형제애의 광장이 되지 못하고 있고, 이기적으로 증대된 인간의 힘은 인류 자체의 멸망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3. 새 생명 – 이타적인 사랑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목격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은 사도 바오로는 주저하지 않고 외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을 추구하십시오”(콜로 3,1).
   하느님께서는 이미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세상에 새 생명을 가져다주셨습니다. 이는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가 그 사랑의 힘으로 다시 새로운 생명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 우리는 더 이상 악마의 자녀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입니다(1요한 3장 참조). 그러므로 부활하신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된(갈라 3,26 참조) 우리들이 선택해야 하는 삶의 기준은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이기적인 욕망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더럽고 추잡한 생각과 말과 행위를 철저하게 거부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하느님의 선하심에서 흘러나오는 생명과 사랑을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선포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4. 생명 사랑과 인간 존중
   지금 온 국민은 우리나라의 정치적 혼란과 외교적 어려움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대통령 선거라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더 좋은 세상이 펼쳐지기를 염원하고 있기에 우리의 선택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은 국민의 행복을 책임질 대선후보들이 사람을 존중하고 생명을 사랑하며 하느님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잘 살펴야 합니다. 또한 사랑이신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을 선택하셨듯이,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마음과 의지가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주님의 부활을 믿고 따르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하느님보다 더 우선되는 가치와 척도는 없기 때문입니다.


5. 특별한 기도와 사랑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대축일인 오늘은 수학여행을 떠났던 가녀린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한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시대 최대의 비극으로 기록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만 3년이 되는 날입니다. 다행히 며칠 전 세월호가 긴 침묵의 시간을 깨고 무사히 인양되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세월호는 9명의 미수습자와 함께 어두운 바닷속에 가라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이 하루속히 가족들 품 안에 안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직 규명되어야 할 많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참사로 인해 평생 상처를 지니고 살아야 할 희생자의 가족들, 생존자들과 그 가족들, 구조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희생된 분들과 가족들, 3년의 세월을 함께 견디고 아파하며 수고한 모든 사람들, 이들은 모두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위로하며 그 상처를 보듬어 주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이 시대의 가장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그리고 이 참사의 진실이 밝히 드러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죄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시어 우리 가운데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과 온 세상에 희망의 불을 지펴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시며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 알렐루야!



2017년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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