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예수 부활 대축일 메시지
“주님은 좋으신 분, 찬송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
하느님 아버지처럼 자비로이!
사랑하는 수원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에 맞이하는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충만하기를 빕니다.
1. 하느님 자비의 절정인 그리스도의 부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하느님 자비의 절정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의 부활로 죄의 종살이에 억눌려 고생하고 죽음의 두려움에 신음하는 인간을 그 근원에서부터 해방시켜 주셨기 때문입니다(로마 6,6; 8,2 참조).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죄와 죽음의 멍에 때문에 힘겨워하는 인간을 차마 두고 보실 수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당신 친히 사람이 되시어 그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죽임을 당하셨으며 몸소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심으로써 온 인류에게 구원과 해방을 가져다주셨습니다. 여기에는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오로지 당신의 성심에서 흘러나오는 자비의 열정만이 가득할 뿐이었습니다(에제 39,25 참조).
오늘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환호하며 노래합니다. “주님은 좋으신 분, 찬송하여라.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다.” “그리스도 부활하심 저희 굳게 믿사오니, 승리하신 임금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가 얼마나 놀라운지 찬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의 부활로 이제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고통도 울부짖음도 눈물도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묵시 21,4 참조).
2. 자비로운 본성을 저버린 인간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닮은 인간을 창조하시며 숨을 불어 넣으시어 우리 안에 당신의 자비로운 본성을 담아주셨습니다(창세 1,26; 2,7 참조). 하지만 악에 물든 인간은 그 본성을 저버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만을 무한히 누리려는 교만에 빠졌습니다. 이 교만은 자신 이외의 모든 피조물을 빼앗고 파괴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선임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지금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악에 대해서 경고하셨습니다. “우리는 ‘인간에게 자신을 만드는 자유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 ‘인간에게는 정신과 의지뿐 아니라 본성도 있습니다.’ … ‘우리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리고 모든 것을 그저 우리의 소유물로 여겨 우리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한다면’ 피조물이 손상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 우리 자신 이외에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면 피조물의 착취가 시작됩니다.”
인간이 피조물을 착취하는 행태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습니다. 자연 환경의 훼손은 물론이고 사회 환경 역시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내면 안에 담겨 있는 자비로운 본성을 도외시한 채 그저 욕망과 의지의 자유만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세상은 하느님 창조의 목적과는 반대로 살기 힘든 곳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자비로운 눈길과 평화로운 인사를 기쁨으로 맞이한다는 것조차 사치로 여길 만큼 우리가 처한 삶의 자리는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3. 자비의 활동을 통해 다시 살아나는 자비로운 본성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는 하느님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시면서 우리에게 특별히 자비의 육체적이고 영적인 활동을 실천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그것은 곧 “배고픈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들에게 마실 것을 주며, 헐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주고, 나그네들을 따뜻이 맞아 주며, 병든 이들을 돌보아 주고, 감옥에 있는 이들을 찾아가 주며, 죽은 이들을 묻어 주는 것입니다. 또한 … 의심하는 이들에게 조언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가르쳐 주며, 죄인들을 꾸짖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며, 우리를 모욕한 자들을 용서해 주고, 우리를 괴롭히는 자들을 인내로이 견디며,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자비의 활동은 자비로운 본성을 일깨웁니다. 먼저 본성을 깨달은 뒤에 실천에 옮기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본성을 깨닫게 됩니다. 만일 우리가 자비의 활동을 뒤로하고 자비로운 본성만을 깨닫고자 한다면 이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거짓이고 교만입니다. 실천이 없는 믿음이 있을 수 없듯이(야고 2,20 참조), 실천이 없는 깨달음도 있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주님의 부활로 보여주신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로운 본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자비의 활동을 통한 실천이 반드시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실천은 반드시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남과 북의 정치적 대결과 갈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양상은 국제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 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는 전쟁과 폭력으로 굶주리고 아파하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자비의 활동은 이 나라와 온 세상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고, 굶주리고 아파하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수원교구에서는 특별히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지역의 여러 나라에 16명의 사제를 파견하여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봉사자들이 이들 사제를 도와 주님의 자비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함께 참여해야 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자비의 실천을 통해 수많은 생명이 굶주림과 고통에서 구원되어 부활의 기쁨을 누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4. 자비로운 마음으로 특별히 기억해야 할 아픔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이 축제의 시기에 특별히 우리는 재작년 4월 16일을 기억해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유가족의 시계(時計)는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에 멈춰 있습니다. 이미 해가 두 번이나 바뀌었는데도 참사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자꾸 덧나기만 합니다. 자비롭지 못한 세상은 이미 오래전에 등을 돌려버렸습니다. 그나마 관심을 갖고 함께 아픔을 나누던 이들도 하나 둘 떠나갑니다. 그리고 지쳐갑니다. 그러나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르시는 하느님’(이사 40,28)께서는 이 자리에 당신 자비의 손길을 펼치시는 분이십니다. 이제 곧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합니다. 함께 기억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위로해야 합니다. 우리가 자비를 베푸는 바로 그 자리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기쁨으로 우리를 맞아주실 것입니다.
하느님 자비로우심의 절정인 예수님 부활의 은총이 교구민들과 선의의 모든 이에게 가득히 머물기를 빕니다.
지극히 자애로우신 어머니,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6년 3월 27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수원교구장 이 용 훈 마티아 주교
교구장 부활 메시지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r_s_L3Mq6CY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